폭염과 열대야로 빙과류 판매가 늘자 관련 업계는 '무더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다만 최근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마트 등에서 '엔초(빙그레)'·'티코(롯데웰푸드)' 등 초콜릿 함량이 높은 아이스크림은 잘 보이지 않는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가 이상기후에 따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2배 이상 뛰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생산량도 줄어든 탓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빙과업체의 아이스크림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달 이마트의 아이스크림 매출은 전월 대비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관련 매출도 20% 증가했다. 편의점 CU의 관련 매출도 33.1% 증가했다. 제조사인 빙그레(005180)와 롯데웰푸드(280360)의 빙과류 매출도 30%씩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빙과류 매출은 증가세다. 지난달 이마트의 아이스크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편의점 GS25의 관련 매출은 55% 늘었다. 롯데웰푸드의 매출도 25% 증가했다.
이처럼 무더위에 아이스크림을 찾는 소비자들은 많아졌지만, 상대적으로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찾기 어려운 모양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을 운영하는 최 모(62)씨는 "하루에 3~4명은 엔초나 티코는 없냐고 물어본다"라고 했다. 엔초와 티코(다크 초코 기준)의 초콜릿 함량은 각각 34%(약 28.9g), 28%(약 11.9g)다. 시중에 판매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의 평균 초콜릿 함량이 5~10%대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엔초와 티코를 비롯한 초콜릿 아이스크림 제품이 잘 안 보이게 된 건 원재룟값이 급등한 탓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초콜릿 함량이 높은 제품은 판매할수록 이익이 남지 않을 정도"라며 "과일·얼음형 빙과류 생산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초콜릿 함량이 높은 제품은 생산·출고량을 조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식품산업 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카카오 원두 국제 거래 가격은 전날 1톤(t)당 8363달러(한화 약 1158만원)에 거래됐다. 2년 전 1t당 약 3000달러(약 416만원)에 거래되다가 올해 들어 8000~1만2000달러 사이 박스권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이상기후에 따라 생산량이 감소한 탓이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제조사 입장에서는 생산비용이 급등하게 된 셈이다.
세계 카카오의 60%는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 있는 카카오나무에서 생산된다. 2023년 서아프리카에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카카오나무가 타거나 말라버렸다. 지난해에는 폭우로 홍수가 나면서 카카오나무가 침수되거나 병에 걸려 카카오 생산량이 급감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카카오 수요는 줄지 않아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
이에 더해 최근 폭염으로 젖소들까지 탈진하면서 원유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육하는 젖소는 홀스타인종이다. 이 종은 27도 이상 고온의 환경에서는 사료를 잘 섭취하지 않아 원유 생산량이 감소한다. 32도 이상 폭염이 이어지면 생산량이 20%까지 줄어든다.
원유도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원재료인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원유업계 관계자는 "하루 평균 원유 집유량이 1900t은 나와야 하는데, 폭염이 이어지면서 100t 정도 감소했다"라고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에 쓸 원유 수급량이 최대 5% 정도 줄어든 상황"이라며 "미리 재고를 파악하고 생산에 지장은 없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상기후로 카카오 등 수입 원재료 작황에 문제가 생겨 가격이 오르면 바로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구조"라며 "식품사들이 연구·개발(R&D)을 통해 비슷한 맛을 내는 대체재를 찾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