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요즘 급식시장 화두는 '범LG가'의 움직임입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새로 열린 군 급식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에 골몰했지만 갑자기 화두가 바뀌었습니다. LG유통(현 GS리테일)에서 분사돼 범LG가로 분류됐던 급식사 아워홈이 한화그룹으로 편입되면서, 급식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이 맡아왔던 3000억원에 달하는 범LG가 급식 물량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 연말까지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범LG그룹 급식 사업장은 약 60곳입니다. LG, GS, LS 등 범LG가는 그동안 웬만하면 아워홈을 통해 직원 식당 급식 등을 해결해 왔습니다.

이번 재계약은 평상시와 좀 다릅니다. 아워홈의 역량을 입증하는 일종의 시험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워홈이 한 번 더 입찰에 성공한다면 범LG그룹이어서 안정적으로 수주할 수 있었다는 식의 평가를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아워홈이 급식을 운영했더니 임직원 만족도가 높다거나, 식단가가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얻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대다수 사업장에서 입찰을 따내지 못하면 평가는 단숨에 바뀔 수 있습니다.

급식 사업은 관계 그룹사 물량이 많은 업종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일감 몰아주기 등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그룹사 물량을 전부 한 급식사가 가져가진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폐쇄적인 시장이었다는 얘기입니다. 한화그룹이 가지고 있다가 사모펀드를 거쳐 사조그룹에 편입된 푸디스트의 사례만 봐도 그렇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푸디스트를 매각할 때 제시된 매각가의 절반 정도 돼야 수지타산에 맞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가를 그렇게 높게 책정해서 팔 수 있었던 것은 한화그룹 물량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덕"이라고 했습니다.

범LG그룹 사업장에서 입찰이 나오면 어느 급식사가 계약을 따낼지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급식 업계에선 5개 회사가 대부분의 시장을 나눠 갖고 있습니다. 아워홈을 제외하면 삼성그룹의 삼성웰스토리, CJ그룹의 CJ프레시웨이(051500), 신세계그룹의 신세계푸드(031440),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그린푸드(453340)입니다. 중소 급식사도 여러 곳이 있습니다. 본그룹의 본푸드서비스, 사조그룹의 푸디스트, 풀무원의 풀무원푸드앤컬쳐가 대표적입니다.

급식사들은 LF푸드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범LG그룹 내에서 급식 사업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익률이 높지는 않지만 매출은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 급식 사업"이라며 "범LG그룹 내에서 외형 키우기가 필요한 기업이 있다면 '품 안에서' 후보를 물색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실제 LF는 최근 식품 사업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LF는 올해 LF푸드의 회장 자리를 신설하고 오규식 LF 부회장이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오규식 부회장은 패션 업계에서 '샐러리맨의 신화'로 꼽힙니다. 탁월한 재무 감각을 무기 삼아 2012년부터 LF 대표직을 맡아 패션뿐 아니라 식품, 유통, 화장품, 부동산 등으로의 사업 다각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기여했고 2018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연봉도 구본걸 LF 회장 다음으로 많습니다.

성과도 나고 있습니다. LF그룹 내 식품 사업 매출 비중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 중 16%가 식품 사업에서 나왔습니다. 최근 3년 연속 해당 비중은 꾸준히 커졌습니다. 급식 사업에 나서기 위한 역량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가정간편식(HMR) 사업과 외식 사업을 이미 영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소스 기업 엠지푸드솔루션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습니다. 여기에 LF그룹 내 다른 식품 부문 회사인 구르메에프앤비는 고급 식자재 수입·유통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급식 업계 관계자는 "급식 사업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LF푸드의 공식 입장이라지만, 라이프사이클 기업으로 업무영역을 넓히는 과정에 있다"면서 "전체 매출 대비 식품 비중을 단기간에 올릴 수도 있어 아워홈 자리를 대신할 곳이 LF푸드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워홈 관계자는 "단체 급식 사업을 하면 계약 기간에 따라 새로운 입찰을 피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운영 주체가 바뀌기도 하고 재입찰에 성공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