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의 2분기 실적이 해외 시장 성적표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고물가, 소비 위축, 환율 불안 등 복합적인 악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케이(K)푸드의 글로벌 인기 바람을 탄 업체들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내수시장에 의존해 온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했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097950)의 지난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7조3597억원, 영업이익 3644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 감소한 수치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식품 부문 부진이 지속돼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라고 했다.
롯데웰푸드(280360)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805억원, 영업이익은 460억원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할 전망이지만, 영업이익은 27.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원가 부담과 더불어 육가공 공장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등이 실적에 반영된다.
음료·주류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칠성(005300)음료는 2분기 매출 1조1220억원, 영업이익 57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은 4.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 습관 변화로 전 카테고리가 역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주류는 회식 문화의 변화로 소주, 맥주 등 전 카테고리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음료도 대부분의 카테고리가 정체 상태로 특히 과일음료는 저당 선호로 소비가 감소 중"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000080) 역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1.1%)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은 668억원으로 2.2% 감소할 전망이다. 음료와 주류 모두 내수 소비 부진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한 기업들은 2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유지했다. 대표적인 기업은 삼양식품(003230)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를 기반으로 2분기 매출 5481억원, 영업이익 1293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1%, 44.5% 증가한 수치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수출 확대, 생산 능력 확충 등이 주효했다.
농심(004370)도 신제품 출시 및 가격 인상 효과가 맞물리며 2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은 9001억원, 영업이익은 49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6%, 12.3% 증가할 전망이다. 신라면 툼바, 메론킥 등 신규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오리온(271560) 역시 해외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예상 매출은 7800억원, 영업이익은 1243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4%, 2.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식품 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경우 하반기에는 국내 소비 회복과 함께 미국 토네이도 피해로 중단됐던 슈완스 디저트 라인 재가동 효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라고 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농심의 실적 개선은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국내 수익성 회복, 북미 가격 인상 및 신라면 툼바 성과 가시화 등의 효과가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음료·주류 업계도 마찬가지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도 무더운 날씨, 과잉 유통 재고 등 부정적 영업 환경은 여전히 존재한다"라면서도 "소비 쿠폰 지급과 소비자심리지수 반등에 따른 전반적인 업황 회복 기대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은 오렌지 농축액 및 커피 원가 부담이 하반기부터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반기 정부의 내수 소비 부양 정책 효과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