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으로 원유 생산이 줄어들면서 생크림 수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평소 500mL에 7000원대였던 생크림 가격은 3주 만에 2만9000~3만원대까지 치솟았다. SSG닷컴(쓱닷컴)·마켓컬리 등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에선 품절된 상태다.
생크림을 원재료로 케이크·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근처 대형마트 '오픈런(매장 개장 후 바로 구매)'을 하면서 부족한 생크림 확보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가격 인상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케이크·디저트 가격도 오를 조짐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케이크·디저트·쿠키 등의 주요 재료로 쓰이는 생크림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젖소들이 무더위 영향을 받아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육하는 젖소는 홀스타인종이다. 이 종은 27도 이상 고온의 환경에서는 사료를 섭취하지 않아 원유 생산량이 줄고, 32도 이상 폭염이 이어지면 생산량이 최대 20%까지 감소한다.
서울우유협동조합에 따르면 하루 평균 원유 집유량은 약 1900톤(t)이다. 하지만 현재 100t 정도 줄어든 상황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생크림 생산도 많이 못 해 평소의 70% 정도로 제한해서 출하하고 있다"라며 "9월 초까지는 생크림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매일유업(267980)도 하루 평균 집유량이 더위가 시작되기 직전과 비교했을 때 5~10%가량 감소한 상황이다.
판매가가 6000~7000원대인 서울우유 생크림(500mL)은 현재 이마트·컬리·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플랫폼에서 품절된 상태다. 쿠팡에서는 개당 2만9320원 또는 3만370원에 판매하고 있다. 생크림의 유통기한은 최대 7일로 대부분 3~5일로 짧다. 가격대가 저렴할 때 미리 많은 양을 사놓는 건 어렵다는 게 케이크·디저트 카페 자영업자들의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케이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오 모(40)씨는 "여름마다 생크림 대란은 늘 있는 일이었지만, 올해는 폭염이 일찍 와서 벌써 생크림 공급이 힘들어졌다"라며 "원래는 조각케이크도 같이 팔고 있었는데, 지금은 홀케이크만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물량이 달려 어쩔 수 없다"라고 했다.
서울 중구에서 개인 디저트 가게를 운영 중인 최 모(37)씨는 "대리점·도매상에서도 생크림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한 달에 생크림만 280~300개 정도 쓰는데 요즘은 수량이 부족하다"라며 "부족한 수량은 근처 마트에서 사 오는데, 그것도 오픈런을 해야 간신히 살 수 있다"라고 했다.
이미 일부 업장에서는 케이크 가격을 올리는 분위기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직장인 김재은(27)씨는 "아버지 생신 케이크를 사려고 카페에 예약 주문을 해놨는데, 작은 홀케이크 하나가 3만5000원이었다"라며 "작년에도 여기서 케이크를 구매했는데, 비슷한 크기의 케이크가 2만5000~2만6000원이었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생크림 수급이 어려워져 가격을 올렸다는 설명을 들었다"라고 했다.
다만 프랜차이즈 카페 업계는 아직은 생크림 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분위기다. 개인 케이크·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생크림을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조달하는 것과 달리 사전 공급 계약을 통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한 덕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식음료(F&B)에 들어가는 생크림 사용량이 많지만, 납품을 여러 군데에서 대량으로 받고 있어서 큰 차질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폭염이 평년 대비 길어지면 결국 케이크·디저트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수급난이 빈번해지고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관련 제품 가격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공급량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책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썼던 생크림 제품 말고 대체품을 찾는 등 위기를 이겨낼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도 "생크림 대란이 장기화하면 자영업자는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