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7월 28일 오후 3시 15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무알코올 맥주에 변성호프추출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첨가물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행정 예고했다. 기존에는 일반 맥주에만 사용이 허용됐던 성분을 무알코올 제품에도 쓸 수 있게 하려는 조치다. 이번 개정으로 국내 무알코올 맥주가 한층 더 '맥주다운 맛'을 구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28일 식약처는 이러한 내용을 담아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전부개정안을 지난 22일 행정 예고 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식품첨가물의 기준·규격 구성 체계를 국제적인 규제 수준으로 개편함으로써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하고 식품첨가물의 사용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다양한 식품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변성호프추출물은 맥주만 첨가가 가능했고 주류에 해당하지 않는 무알코올 맥주에는 적용할 수 없었다.
무알코올 맥주는 국내외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카테고리다. 하지만 맛과 향에서 일반 맥주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홉 특유의 풍미와 쓴맛이 약하다는 소비자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변성호프추출물은 뽕나무과 식물인 홉(Humulus lupulus L.)의 열매에서 얻은 추출물을 수소 처리해 안정화한 가공 성분이다. 헥산이나 이산화탄소로 추출한 후 수소 혹은 수소화붕소나트륨을 첨가해 환원·정제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이 성분은 햇빛, 열, 산소 등 외부 환경에 노출돼도 맥주 고유의 쓴맛이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준다. 일반 홉은 빛에 노출되면 광화학 반응으로 인해 이상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업계에선 '방귀 냄새'가 난다고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변성호프추출물은 빛에 의한 산패가 적기 때문에 투명한 병이나 페트병 포장 디자인도 가능해진다"라며 "변성호프추출물을 무알코올 맥주에도 쓸 수 있게 되면 단순히 맛의 개선뿐 아니라 소비자 경험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일반 홉은 빛에 노출되면 쉽게 산화돼 갈색 병이나 캔으로만 유통되고 있었다"라며 "무알코올 맥주에도 산화되지 않는 변성호프추출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기준을 개정해 영업자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변성호프추출물은 국내외 맥주 업계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비맥주 '카스', 하이트진로(000080)의 '테라', 롯데칠성(005300)음료의 '클라우드' 등에 쓰이고 있으며 하이네켄, 코로나 등 글로벌 브랜드도 품질 안정화를 위해 이를 첨가하고 있다. 미국 FDA 역시 이 성분을 인정하고 있으며, 사용 용도와 허용량을 명확히 고시하고 있다. 식약처 또한 국제 기준에 맞춰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제 맥주의 경우 풍미의 다양성과 복합미를 살리기 위해 생홉 자체 특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대기업이 생산하는 맥주보다 변성호프추출물이 수제 맥주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쓰이는 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맛보다는 '투명 병' 사용을 위해 변성호프추출물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변성호프추출물 외에도 다양한 첨가물 관련 제도 개편 내용이 담겼다. 우선 식약처는 첨가물 분류체계를 '일반식품첨가물', '가공보조제', '영양강화제'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또한 비타민 K1, 글루콘산망간 등 7개 품목을 일반식품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그동안에는 이를 건강기능식품, 특수의료용도식품 등에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최근 개인의 건강이나 영양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영양강화 식품 수요가 증가해 사용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비타민B2, 산화마그네슘 등 10개 성분에 대해선 기존 용도 외 착색료, 고결방지제 등 새 용도를 추가하기로 했다. 효소제 39품목은 성분·규격을 개선해 분류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변화하는 유통·소비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식품첨가물의 기준·규격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안전하고 다양한 식품 개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