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크림 수출액이 올해 처음으로 1억달러(약 1375억원)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빙그레의 수출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하반기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 등의 변수는 있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6550만달러(약 903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관세청 빙과류 수출액도 약 6814만달러(약 937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 수출액(5591만달러) 대비 1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세청 빙과류에는 아이스크림과 식용얼음, 아이스크림믹스류(유가공품에 식품첨가물을 더해 멸균·건조·분말화한 제품)가 포함된다.
업계에서는 어느 기준으로 보나 아이스크림 수출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수출액 1억달러 돌파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빙과류 수출을 이끄는 회사는 빙그레다. 2021년 이후 꾸준히 빙그레의 빙과류 수출 증가율이 전체 증가율을 웃돌았다. 2021년 빙과류 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8.7%였는데 빙그레 수출 증가율은 20.9%였다. 2022년 전체 수출 증가율은 10.0%였는데 빙그레 수출 증가율은 18.4%를 기록했다. 이런 추이는 올해 2분기까지도 이어졌다. 올해 2분기 기준 빙과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5.5%였는데 빙그레는 45.3%를 기록했다.
빙그레는 세계 60여개국에 총 3억8000만개의 아이스크림을 수출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메로나'지만 지역별로 인기 상품이 조금씩 다르다. 베트남에서는 '붕어빵 사만코'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맛과 식감, 성분을 현지화한 것이 성공 요인이다. 이름은 메로나지만 현지 시장에 맞춰 망고맛 메로나, 바나나맛 메로나, 타로맛 메로나 등으로 맛을 확장하고 있다. 멜론을 연상시키는 메로나에서 출발했지만 '메로나'라는 브랜드를 확장하는 전략이다.
적극적인 유통망 구축도 효과를 봤다. 미국의 경우 코스트코와 세이프웨이 등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했다. 네덜란드·독일·영국 등에도 아시안 마트와 주류 유통망에 입점하면서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빙그레를 식품 대표 수출주로 분류하진 않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탓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빙그레 매출 중 수출 비중은 12.2% 수준이다. 과거 9%대에서 꾸준히 올라온 수치지만,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70%)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최근 빙과류 수출 증가율이 높은 지역이 미국이라는 사실도 변수다. 하반기 미국의 관세부과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 다만 빙그레 전체 매출에서 미국발 매출액 비중은 5% 수준이라, 현지 생산 공장이 있어 관세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타격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박찬솔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캐나다, 중국, 대만, 홍콩, 동남아 등으로의 수출이 늘어나고 있어 관세가 현실화한다고 해도 다른 국가 수출이 이어지면 타격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