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제철코어' 식문화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제철코어는 제철이라는 단어에 핵심을 뜻하는 영어 단어 '코어(Core)'를 합친 신조어입니다. 기후변화로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자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체험의 일종으로 제철 음식을 챙기는 게 '힙한'일로 인식되는 모습입니다.

24일 해시태그로 '제철 과일' 또는 '제철 음식'이 걸려 있는 게시글 모음. /인스타그램 캡처

24일 M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에서도 '제철 음식'과 '제철 과일'이 해시태그로 달린 게시글은 각각 30만4000개, 28만6000개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 2022년 '제철'이 언급된 게시글 수가 9만5000개였던 것에 비하면 약 3배 증가한 수준입니다.

특히 제철 과일의 온라인 구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SSG닷컴(쓱닷컴)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신선장인(재배 전문성이 있는 생산자 상품을 엄선한 코너)' 상품 매출은 이달 첫 주 대비 약 50% 증가했습니다. 여름이 제철인 블루베리·무화과 등은 국산 특수과일 품목 매출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요즘 MZ세대가 빠진 제철 과일은 복숭아입니다. '딱복(식감이 단단한 복숭아)'파와 '물복(식감이 말랑한 복숭아)'파 등 복숭아의 단단함 정도에 따라 취향이 갈리는 만큼, 복숭아 품종별 출하 시기에 맞춰서 산지(과수원)에 직접 사전 예약을 할 정도입니다. 마트나 백화점엔 들어오지 않지만 그 시기에만 먹을 수 있는 품종들을 파는 과수원이나 산지에 직접 연락해 사는 방식입니다.

24일 산지(과수원)에서 운영하는 계정에서 올린 납작복숭아 광고(왼쪽). 과수원을 운영하는 사장들이 모인 밴드(BAND) 등에 올라온 복숭아 출시 관련 공지. /인스타그램 캡처·독자 제공 갈무리

직장인 박수빈(32)씨는 "지금 이 시기에만 먹을 수 있는 게 대극천(품종 이름) 복숭아다. 대극천 복숭아를 주문할 때 '이젠 한여름이구나'하고 느낀다"라며 "직장에서 늦게 퇴근하면 장 볼 시간도 없는데, 제철 과일을 산지에서 운영하는 네이버밴드(BAND)를 통해 미리 예약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제철코어 트렌드에 맞춰 산지(과수원)에서는 SNS 공식 계정이나 네이버스토어 등을 통해 제철 과일 수확·판매 시기를 미리 공지하고 있습니다. 충북 괴산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오순심(61) 사장은 "밴드랑 네이버스토어 두 군데에서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며 "내일(25일) 백도를 딸 거라고 공지했고, 선예약 주문 받은 물량에 맞춰서 작업해 상품을 선별·포장해 배송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식품업계도 제철코어를 반영한 메뉴와 상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햇감자칩입니다. 오리온(271560)은 국내산 햇감자를 활용한 제철 감자칩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수확한 국내산 햇감자를 활용해 생(生) 감자칩 '포카칩'과 '스윙칩'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해당 제품 패키지에는 '2025년 제철 햇감자칩'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농심(004370)은 지난달 19일부터 국산 햇수미감자로 수미칩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농심도 햇수미감자로 만든 수미칩 패키지에 '2025 햇감자 사용'이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농심에 따르면 햇감자 수확 전인 직전 달 대비 햇감자로 만든 수미칩 매출은 29% 증가했습니다.

스낵업계 관계자는 "햇감자로 만든 감자칩 스낵으로 일명 '제철과자'라는 말까지 유행할 정도"라며 "MZ세대 사이에선 '햇감자칩'을 먹어봤다는 인증 사진으로 포카칩이나 수미칩에 적힌 '햇감자'글자를 찍은 SNS 게시물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심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라온 햇수미감자로 만든 수미칩 사진(왼쪽)과 오리온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라온 포카칩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갈무리

여름 제철과일을 활용한 한정 메뉴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신세계(004170)백화점은 제철 초당옥수수를 활용한 디저트를 선보였고, 프랜차이즈 카페 투썸플레이스는 샤인머스켓 케이크와 복숭아, 망고 등 계절 과일을 얹은 디저트를 출시했습니다. 이 외에 스타벅스코리아는 복숭아 요거트 블렌디드를, 이디야커피는 수박 스무디를 여름 한정 신메뉴로 내놨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금 이 시기에만 맛볼 수 있다는 점은 계절마다 MZ세대를 혹하게 할 만한 요인"이라며 "제철 식재료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철 식재료는 영양소도 풍부하고 맛도 좋다는 점에서 최근 열풍이 된 저속노화·웰니스처럼 하나의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