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10대 공약 중 하나인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입법 방향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 거래공정화법(이하 온플법)에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외식산업진흥법으로 규제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미국과의 통상 갈등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외식산업진흥법을 관할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행정 체계상 문제를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한 법안에 배달앱 업체를 규율하는 내용을 넣는 건 법적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뉴스1

22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후 제2법안소위를 열어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온플법에 포함할지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의 핵심은 배달앱을 이용하는 외식업주가 음식을 판매할 때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결제 수수료·배달비 등을 합한 총수수료가 주문 금액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유력한 상한선은 주문 금액의 15% 이내가 거론된다. 이는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이하 공플협)'를 포함한 자영업자들이 요구한 수치다. 공플협에 따르면 현행 배달앱 총수수료는 주문 금액의 30~40%에 달한다.

박찬대(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당시 원내대표가 지난 2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소상공인·중소기업 5대 민생입법 촉구대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당시 참가자들은 온플법 입법을 촉구했다. /뉴스1

◇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입법, 부처 간 '동상이몽'

현재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입법 방향은 온플법에 포함하느냐 아니면 외식산업진흥법에 넣느냐로 나뉜 상태다. 앞서 지난 7일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공정위 관계자들은 당정 간담회에서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위한 입법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공정위 측은 모든 플랫폼에 수수료 상한제를 적용하면 미국과의 통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수수료 상한선 적용을 받는 기업이 많아져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측은 이 과정에서 온플법이나 공정거래법이 아닌 외식산업진흥법에 포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농식품부는 해당 내용은 협의된 사안이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다. 외식산업진흥법은 농식품부 소관 법률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법적 취지와 맥락상 법 적용받는 대상이 전혀 다르다"며 "사전에 조율된 얘기도 없었고, 법적 실효성 차원에서 봐도 말이 안 되는 내용을 대안이라고 언급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공공 배달앱 할인 쿠폰 지급 등의 관련 업무만 하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자영업자·플랫폼 업체·배달 기사 등)의 의견을 듣고 실태 조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까지 아우르기엔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온플법에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되, 통상 마찰 우려를 최소화하고자 구글·애플 등 앱마켓 수수료를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배달과 숙박 등 플랫폼은 온플법에서 같이 다루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이날 올라온 안건이 지닌 문제점 등을 어떻게 해소할지 여야 간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의 다른 관계자는 "예외 규정이 도입되면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 만큼, 여야 간 빠른 합의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교차로를 지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입법 향방 주시하는 배달앱 업계

배달·플랫폼 업계에서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현 정부의 10대 공약에 들어간 만큼 언젠가는 시행될 것으로 본다. 다만 입법 방향을 놓고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입법에 당장 속도를 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배달앱 수수료 부담 완화를 국정 과제에 반영하겠다고 한 만큼, 수수료 상한제는 어떤 형태로든 입법·도입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어느 법안에 수수료 상한제를 포함할지를 정치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갑자기 언급된 외식산업진흥법에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포함될 것 같진 않다. 적어도 공정위 등 배달앱 관할 부처와 연관 있는 법안이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게다가 수수료 상한선도 합의된 게 없다. 당장 입법 속도전은 어려워 보인다"라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10대 공약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때부터 고심해 온 정책이다. 시행하기 위해 당정이 힘을 실을 것"이라며 "다만 당장은 정책적 혼선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속도를 내진 못해도 시행은 반드시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