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미국 오리건의 초기 와인 개척자들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랐다면 오늘날 오리건에는 와인 산업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몽상가이면서도 결단력 있는 개척자였다. 회의론자들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던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것이 오리건 와인 산업의 역사이며, 오리건 사람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다."

오리건 와인 협회는 오리건 와인 산업의 역사를 이렇게 회고한다. 1960~70년대 오리건은 와인 재배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와인의 중심지인 캘리포니아의 기후, 토양과 비교했을 때 오리건은 겨울철에 강수량이 많고 기후가 냉랭하다는 이유였다. 당시 업계 전문가들과 교수들은 "이런 환경에서는 고급 포도 재배가 불가능하다"라며 "오리건에서 포도나무를 키우면 곰팡이가 피고 포도가 썩어버릴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몇몇 개척자들은 이 같은 부정적 예측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리건이 프랑스 부르고뉴처럼 서늘하면서도 일조량이 풍부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50여 년이 지난 현재 오리건은 미국 내 3위 와인 생산지로 성장했다. 463개 와이너리와 약 4만헥타르의 포도밭이 자리하고 있다. 와인 전문 잡지 제임스 서클링 닷컴의 짐 고든 편집장은 한 보고서에서 "우리 팀은 760종의 오리건 와인을 시음했는데 이 중에서 90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와인은 39종에 불과했다"라고 평가했다.

오리건 와인의 위상을 올려놓은 주역 중 한 명은 데이비드 아델스하임이다. 원래 예술 분야에 관심 많았던 그는 유럽 여행 중 프랑스 부르고뉴를 경험하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는 귀국 후 1971년 오리건 윌라멧 밸리의 체할렘 산맥에 직접 포도밭을 개간, 아델스하임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초기 재배 품종은 리슬링, 피노누아, 그리고 샤르도네였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처음 몇 해는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철저히 기록하고 연구했다"라고 말했다.

연구 끝에 샤르도네 품질을 혁신할 방법을 찾은 그는 오리건 주립대와 손잡고 프랑스에서 '디종 클론'을 들여왔다. 같은 품종이라도 유전적 특성에 따라 향, 산도, 구조 등이 달라지는데, 디종 클론은 건강하고 뛰어난 개체만을 선별해 병해 저항성과 품질을 극대화한 품종이다. 이 클론의 도입은 오리건 와인 산업의 분기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내에서 오리건 샤르도네가 정제된 고급 와인으로 떠오르는 데 기여했다. 아델스하임은 이를 포함한 여러 업적을 인정받아 오리건 와인 협회의 평생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그래픽=손민균

이런 노력 끝에 탄생한 것이 '아델스하임 윌라멧 샤르도네'다. 미국 샤르도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도한 오크향이나 버터 풍미 대신 정제된 산미, 생생한 과일 풍미, 우아한 구조를 자랑한다.

아델스하임은 체할렘 산맥의 3가지 토양 특성을 각각 갖고 있는 6개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토양은 크게 해양성 퇴적토, 바람에 의한 미세한 퇴적토, 화산토 등 3가지로 구성된다.

해양성 퇴적토는 수백만 년 전 바다 퇴적물에서 비롯된 사암, 이암, 실트 등이 주성분이다. 입자가 고르고 촉촉해 정제된 구조, 균형감, 깊이 있는 풍미, 생동감 있는 과실 향을 잘 살려준다. 바람에 날려온 미세한 퇴적토는 밝은 황토색으로 부드럽고 수분 보유력 우수하다. 와인에 부드러운 질감, 우아함, 향미의 섬세함을 부여한다. 화산토는 분출된 고대 화산재와 현무암 기반의 퇴적물이다. 붉은색 토양으로 배수성이 뛰어나다. 포도에 세련된 미네랄리티와 힘, 생동감 있는 산미를 부여해 샤르도네의 중심을 잡아준다.

포도는 모두 손으로 수확해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발효·숙성한다. 87%는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1개월간 숙성하고, 나머지 13%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한다. 이를 블렌딩한 후 추가로 5개월 동안 숙성하고 병입을 진행한다.

아델스하임 윌라멧 샤르도네는 짙은 노란색의 금빛으로 코에서는 자스민 꽃, 마들렌 꽃, 상큼한 살구, 라임 제스트, 흰 복숭아 향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신선하고 상쾌하면서도 풍부한 질감이 생동감을 주며 긴 여운을 남긴다. 미네랄리티와 산도가 훌륭해 과일, 다양한 종류의 치즈,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와인 스펙테이터 90점을 받았으며, 2025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화이트 와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 수입사는 레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