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류기업 아영FBC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인 '안티노리(Antinori)' 시음회를 마쳤다고 13일 밝혔다. 안티노리는 640년간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이탈리아 와이너리다. 아영FBC와 20년간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안티노리 대표 와인인 '티냐넬로'는 국내에서 '이건희 와인'으로 유명하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이 2004년 추석에 주요 계열사 임원들에게 선물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아영FBC가 지난 12일 '안티노리' 시음회에서 선보인 와인들./아영FBC 제공

이날 아영FBC에 따르면 전날 서울 반포 '무드서울'에서 열린 시음회에서 안티노리의 대표 라인업과 브랜드 철학이 집중 조명됐다. 미디어 시음회에 이어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들을 위한 시음회가 잇따라 진행됐다. 소비자들에게는 시음회 입장권을 '퍼스트 클래스'(12만9000원), '비즈니스 클래스'(4만9000원) 두 가지로 판매했다. 퍼스트 클래스 입장권은 120장이 조기 완판됐다고 아영FBC는 전했다.

안티노리는 1385년 이탈리아 피렌체 지역에 설립됐다. 안티노리 가문의 와인 생산 역사는 11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피렌체 와인 길드에 공식적으로 가입한 1385년을 와인 생산 원년으로 삼고 있다. 640년 이상 단 한 번도 가업이 끊기지 않은, 가족 경영이라는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안티노리 가문의 25대손인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 후작과 세 딸인 알비에라(Albiera), 알레그라(Allegra), 알레시아(Alessia)가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가문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안티노리가 1975년 처음으로 선보인 티냐넬로는 이탈리아 와인을 고급 와인 반열에 오르게 한 '슈퍼투스칸'의 효시다. 슈퍼투스칸은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에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가까운 양조법으로 만든 와인을 뜻한다. 티냐넬로는 토스카나의 전통적인 와인 산지 끼안티 클라시코에서 국제적인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재배, 토종 품종인 산지오베제와 블렌딩한 새로운 개념의 와인이었다. 수백 년간 이어져 내려오던 포도 재배 관습과 지역 전통 품종을 뿌리부터 갈아엎은 셈이다. 안티노리의 시도는 '저가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나라'라는 이탈리아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엎었다.

2000년에는 안티노리의 '솔라이아'가 이탈리아 와인 사상 최초로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와인 1위에 올라 전 세계에 이탈리아 와인의 뛰어난 품질을 알리기도 했다.

안티노리는 본거지인 토스카나를 비롯해 피에몬테, 움브리아 등 이탈리아 전역에서 꾸준히 와이너리를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글로벌 와인업계에서 굵직한 와이너리로 꼽히는 곳들을 인수해 주목받았다.

2021년에는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 지역의 화이트 와인 명가 '예르만(Jermann)'의 지분 과반을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예르만은 1881년 설립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리볼라 지알라, 쇼비뇽 블랑, 피콜리트 등의 품종을 다루며 '빈티지 투니나(Vintage Tunina)'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곳이다. 안티노리가 레드 와인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최고급 화이트 와인을 품에 안게 된 계기가 됐다.

안티노리 관계자가 지난 12일 열린 시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안티노리는 '파리의 심판' 1위 와인으로 잘 알려진 미국 스택스 립 와인셀라 지분 15%를 2007년에 인수했는데, 2023년 나머지 지분을 전부 인수하면서 단독 소유주가 됐다. 미국 나파밸리에서도 입지를 확고히 다진 셈이다. 최근에는 나파밸리 쿰스빌에 있는 아카디아 빈야드(Arcadia Vineyard)를 인수했다. 아카디아 빈야드는 스택스립 창업주인 워렌 위니아스키가 2007년 스택스 립 지분을 매각할 때 자신 소유로 그대로 두고 있던 포도밭이다.

작년 6월 위니아스키가 별세한 후, 안티노리는 지난 2월 위니아스키의 가족들로부터 포도밭을 구입했다. 스택스 립과 아카디아 빈야드를 안티노리 소유 아래 통합하게 되면서 나파밸리 내 프리미엄 포도 공급망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안티노리는 포도밭 인수 당시 "스택스 립의 모든 와인을 100% 자체 재배 포도로 만드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밝힌 바 있다.

안티노리는 2017년에는 칠레 '하라스 데 피르케', 2002년에는 헝가리 '투즈코'를 인수한 바 있다. 이번에 열린 시음회는 안티노리가 생산하는 이탈리아·미국·칠레·헝가리 등 다양한 지역의 프리미엄 와인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자리였다고 아영FBC는 전했다. 티냐넬로, 솔라이아를 비롯해 체르바로, 비세르노, 예르만 빈티지 투니나, 스택스 립 캐스크(CASK) 23 카베르네 소비뇽, 스택스 립 S.L.V. 카베르네 소비뇽 등 80여 종의 와인이 소개됐다.

스택스 립은 지난달부터 아영FBC가 국내 독점 수입하고 있으며, 이달 중 예르만도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아영FBC 관계자는 "안티노리는 브랜드 하나만으로도 대형 시음회를 기획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와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시음회는 안티노리 와인의 품격과 글로벌 위상을 국내 미디어와 소비자에게 직접 알릴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