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가족 경영으로 와이너리를 운영해 오고 있다.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있지만 모두 '와인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은 같다. 직책과 직급을 나누지 않고 힘을 합쳐 오직 고품질 포도를 재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앙리 부르주아의 소유주 장-마리 부르주아(Jean-Marie Bourgeois)가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나라셀라 도운에서 와이너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나라셀라 제공

프랑스 와이너리 '앙리 부르주아'의 소유주 장-마리 부르주아(Jean-Marie Bourgeois)는 지난달 22일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앙리 부르주아는 10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장-마리 부르주아는 9대손이며 그의 아들 아르노와 리오넬, 조카 장 크리스토프가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그는 "좋은 와인을 위해서는 좋은 포도를 재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족이 소통하며 모든 결정을 함께하는 것이 앙리 부르주아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앙리 부르주아 와이너리는 '소비뇽 블랑'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와인 명가다. 소비뇽 블랑은 최근 전 세계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품종이다. 프랑스의 소비뇽 블랑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소비뇽 블랑의 고향은 프랑스다. 루아르 밸리의 상세르(Sancerre)와 뿌이 퓌메(Pouilly-Fumé), 보르도 지역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루아르 밸리의 터줏대감이 바로 앙리 부르주아 와이너리다. 세계에서 가장 고품질의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앙리 부르주아는 상세르와 뿌이 퓌메 중심부인 샤비뇰(Chavignol) 마을에 자리 잡았다. 루아르 강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상세르, 오른쪽은 뿌이 퓌메 지역이다. 동쪽부터 서쪽까지 130여개의 포도밭을 모자이크처럼 나눠 경작하고 있다. 상세르 지역의 규모는 뿌이 퓌메의 2배 수준이다. 소비뇽 블랑이 주요 품종이며 피노 누아도 생산하고 있다.

토양은 석회질, 킴메리지안, 실렉스로 나뉘며 각 토양은 소비뇽 블랑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한다. 토양에 따라 한 품종이 세 가지 얼굴을 보이는 셈이다. 석회질은 배수가 잘되며 포도의 신선함과 풍성한 과일 향을 살린다. 킴메리지안은 쥐라기 시대의 화석 조개껍데기 흔적을 담고 있는데, 열대과일의 강렬한 풍미와 뛰어난 구조감을 준다. 실렉스는 규황으로 만들어진 토양이다. 부딪혔을 때 훈연향을 내며, 섬세한 미네랄을 지녔다. 상세르보다 뿌이 퓌메 지역이 실렉스의 비중이 더 높다.

장-마리 부르주아는 "1970년대부터 테루아가 다르다는걸 인지하고 포도를 분류해서 양조했다"며 "각 토양에서 하나의 와인만을 만들며 그 땅이 가진 특징을 최대한 그대로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앙리 부르주아의 대표 소비뇽 블랑 와인 세 가지를 소개했다. '앙리 부르주아 푸이 퓌메',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레 바론', '당탕'이다. 뿌이 퓌메는 잘 익은 시트러스, 키위, 유칼립투스 등의 섬세한 아로마와 함께 미네랄함이 긴 여운을 준다. 상세르 레 바론은 파인애플, 시트러스한 과일 향이 풍부하며 약간의 유칼립투스 향이 난다. 뿌이 퓌메보다는 석회질이 두드러진 지역이어서 와인도 구조감이 보다 단단하다. 두 와인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저온 숙성돼 청량하며 섬세한 향을 보여준다.

당탕은 코에서는 라임과 버베나 향이 느껴지며 입에서는 신선한 자몽과, 아몬드, 산사나무, 약간의 코코넛 맛이 느껴진다. 샤비뇰 지역 특유의 부싯돌 향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당탕이 만들어지는 소비뇽 블랑 포도밭은 부싯돌이 풍부한 토양 위에 최소 60년 이상 자란 오래된 포도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양조 방식은 전통을 따른다. 포도 수확 직후 부드럽게 압착한 후 4분의 1은 새 오크통에서 발효한다. 효모와 함께 12개월간 숙성하며, 병입 전 정제나 여과 없이 와인을 완성한다. 병입 후에는 6개월에서 12개월 휴지기를 갖는다. 6~8년 숙성도 가능하다.

장-마리 부르주아는 "표현력이 좋은 와인들이어서 맛을 보면 와인이 스스로 말을 한다고 느껴진다"며 "한국에 와서 한식과 와인을 페어링해 보니 모두 한식과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해산물은 물론 흰 살 육류, 약간 매운맛과도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앙리 부르주아와 끌로 앙리 대표 와인들./나라셀라 제공

21세기 들어 앙리 부르주아는 프랑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뉴질랜드 말보로에 '끌로 앙리'를 설립했다. 자갈, 충적토, 진흙 등으로 이뤄진 토양 98헥타르를 2000년에 구매했다. 이후 고밀도 식재와 건조 농법을 도입했다. 장-마리 부르주아는 "인근에서 보통 1에이커에 2000그루를 심는다면 우리는 5000그루를 심는다"며 "한 자리에 심는 포도나무 숫자가 많아지면 각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더 깊숙하게 뿌리를 내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도가 갖는 에너지가 커지기 때문에 물이 들어가는 관개를 하지 않아도 테루아를 확실히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끌로 앙리 이스테이트 소비뇽 블랑'은 일반적인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보다 더 절제되고, 강렬한 산미와 과실미, 그리고 미네랄이 살아있는 아로마틱한 스타일로 평가된다. 잘 익은 복숭아와 오렌지의 시트러스함이 특징이며 안정적인 구조감을 준다. '끌로 앙리 이스테이트 피노 누아'는 잘 익은 체리와 자두향, 검붉은 아로마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으며 견고하고 조직적인 탄닌을 보여준다.

'끌로 앙리 와이마웅가 싱글 빈야드 피노 누아'는 진흙 토양에서 생산한 피노 누아의 섬세함을 표현했다. 체리, 보이젠베리의 향이 탄닌과 어우러져 훌륭한 구조감을 이룬다. 미네랄과 함께 복합적이고 여운을 준다. 앙리 부르주아와 끌로 앙리의 국내 공식 수입사는 나라셀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