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에 국제 원두 가격까지 오르면서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카페)부터 인스턴트 믹스커피 제품까지 각종 커피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저렴한 가격대의 커피를 선호하는 소비 심리가 강해지자, 편의점과 저가 커피 브랜드를 중심으로 가성비 커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 원두값 급등… 카페·믹스커피 가격 줄줄이 인상
2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제 기준인 ICE 뉴욕 선물시장에서 아라비카 커피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기준 1톤당 7549.65달러(한화 약 1036만원)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대비로는 4.77%, 전년 동기 대비로는 80.15% 오른 수준이다. 로부스타 커피도 지난달 30일 기준 1톤당 4510달러(약 619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33.58% 올랐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세계 최대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가뭄, 폭우 등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며 "원두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환율도 올랐다. 제조·유통 비용이 증가하면서 원두를 취급하는 모든 곳에서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인스턴트 커피 제품의 가격이 올랐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일부 메뉴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고,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지난달 30일부터 커피류 32종의 판매가를 100~500원 올렸다. 동서식품도 지난달 30일부터 맥심, 카누 등 커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7% 인상했다.
◇1000원대 가격 경쟁력·높은 접근성 내세우는 편의점
이처럼 커피 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자, 편의점은 가성비 커피 매장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현재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커피 가격은 1000원대다. 기존 판매가에 대용량 상품을 출시하거나 자체브랜드(PB) 원두를 바꿔 품질은 높이되 가격은 1000원대를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GS25는 PB(자체 브랜드)인 카페25의 기존 아이스 아메리카노 미디엄(M) 사이즈를 없애고 라지(L)·엑스라지(XL) 사이즈만 판매한다. 가격은 미디엄 사이즈의 가격 그대로인 1800원이다. 아메리카노는 1000원에 판매한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카페25의 전체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0.1% 늘었고, 매출도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했다.
CU는 지난 4월부터 PB인 get커피 원두를 바꾸면서 일부 가격을 올렸다. 기존엔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엑스라지 사이즈를 모두 990원에 판매했지만, 고품질 원두로 변경하면서 각각 1000원, 13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연초 PB 가격을 100원씩 올렸던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현재 각각 1200원, 1400원 아메리카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보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팔고 있어 원두 가격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고물가 시대에 1000원대라는 가격 경쟁력과 많은 매장에 따른 높은 고객 접근성도 매력적인 소비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는 출점 확대 박차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공격적인 출점 전략으로 편의점의 가성비 커피 소비 공략에 맞서는 모양새다. 현재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한 차례 가격 인상을 한 상태로, 평균 2000~3000원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가 커피 브랜드 5곳(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더벤티·매머드커피·빽다방) 전국 매장 수는 지난달 기준 총 1만600여 곳에 달한다.
저가 커피업계 관계자는 "원두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일부 가격을 올렸지만, 고물가 기조 속에서 프리미엄 커피보다 저가 커피를 더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편의점이 내세운 1000원대 커피보다 상위 호환 버전의 가성비 커피라는 점을 어필하면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포함한 전국 매장 수 늘리기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하루 평균 1.1잔의 커피를 소비한다. 커피 전문점(카페) 시장 규모는 8조5661억원에 달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에서 가성비 커피 시장을 확실히 잡기 위해 저가 커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가성비 시장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유한 다이소처럼 가격 파괴에 앞장서는 커피 매장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