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와인이 가성비 이미지를 넘어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에라주리즈는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칠레의 프리미엄 와인을 한국에도 더 알리고 싶습니다."
칠레 와이너리 에라주리즈의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 회장은 지난 13일 아영FBC 주최로 서울 반포 무드서울에서 열린 '에라주리즈 마스터클래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칠레 와인 산업과 에라주리즈의 역사, 글로벌 전략 등을 소개했다.
에라주리즈는 현재 칠레 10대 와이너리 중 하나다. 1870년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Don Maximiano Errázuriz)가 아콩카구아 밸리(Aconcagua Valley)에 첫 포도밭을 일구며 시작돼, 5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지금까지 4명의 대통령을 탄생시킨 '로열패밀리'이기도 하다.
채드윅 회장은 1983년부터 경영에 참여해 칠레 와인의 품질을 높이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일을 주도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칠레 와인이 해외로 수출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벌크로 대량 생산하는 저가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당시 칠레 와인은 고급 와인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에 채드윅 회장은 2004년 에라주리즈의 대표 와인들과 프랑스, 이탈리아 최고급 와인들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방식으로 비교하는 '베를린 와인 테이스팅'을 기획했다. 이 행사는 현재까지 18개국에서 22회 열렸다. 채드윅 회장은 "칠레에서도 최고급 와인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에라주리즈의 와인은 여러 테스트에서 명성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와인을 제치고 상위권을 차지해 프리미엄 와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카이(KAI) 2013, 카이 2021,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Don Maximiano Founder's Reserve) 1990,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 2010, 돈 막시미아노 파운더스 리저브 2021, 아콩카구아 코스타 소비뇽 블랑 2023, 아콩카구아 코스타 샤르도네 2023 등 에라주리즈의 대표 와인들이 소개됐다.
특히 카이는 칠레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 까르메네르(Carmenère)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한 와인으로 소개됐다. 채드윅 회장은 "과거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위주로 포도를 재배했지만 오랜 연구 끝에 아콩카구아 밸리의 점토성 토양과 기후가 까르메네르 재배에 최적임을 발견하고 카이를 생산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카이 2006 빈티지는 2010년 뉴욕에서 열린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오퍼스 원과 샤토 오 브리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1년의 경우 적당히 서늘한 기후가 까르메네르 재배에 완벽한 해였다"며 "길고 느린 숙성이 가능했고 강렬한 색상, 복합적인 향, 실키한 타닌을 가진 신선하고 우아한 와인"이라고 했다.
까르메네르는 원래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오래된 품종이지만, 현지 기후와 토양에 적합하지 않아 보르도에선 쇠퇴한 품종이다. 칠레에선 한때 메를로(Merlot) 품종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으나 1994년 유전자 분석을 통해 까르메네르임이 확인됐다. 이 품종은 잘못 다루면 피망 향이 과하게 나고 맛이 밋밋하지만, 칠레의 건조하고 긴 숙성기 덕분에 깊이 있는 풍미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카르메네르라는 이름은 프랑스어 '카르민(carmin·선홍색)'에서 유래했다. 가을철 포도잎이 붉게 물드는 특징을 담아 카이 라벨에도 붉은 잎이 그려졌다.
에라주리즈 대표 와인인 돈 막시미아노 역시 처음에는 100%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었는데 이후 까르메네르, 말벡 등 다양한 품종을 블렌딩하고 있다. 돈 막시미아노는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1위를 총 5회 차지했다.
에라주리즈는 2017년·2018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와인 브랜드 5위'(Drinks International), 2008년 '칠레 올해의 와이너리' 등 국내외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에라주리즈는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경영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 재생적 포도 재배, 효율적인 물관리 등 다양한 친환경 방식을 도입해 2023-2025년 '칠레 와인 지속가능성 인증(Wines of Chile Sustainability Code)'을 획득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 환경적 책임과 품질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채드윅 회장은 "에라주리즈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으로 자리 잡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칠레 와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