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4월 4일 오전 5시 21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달걀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학교 급식 수요 증가와 미국의 한국산 달걀 수입 요청까지 겹치며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달걀(특란 30개) 산지 가격은 5094원을 기록했다. 3월 초(4397원)보다 15.9% 급등했다. 달걀 가격은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치솟았다.

고병원성 AI는 발생 주기가 있는 유행병이다. 지난해 10월 유행하기 시작해, 올해 3월 말까지 국내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총 20건이다. 이 여파로 430만 마리가 넘는 산란계가 살처분됐다. 특히 20건 중 올해 3월에만 7건이 몰렸다. 이 때문에 전체 산란계(7758만 마리) 가운데 2.2%에 해당하는 169만 마리가 한 달 동안 폐사됐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달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통상 3월은 고병원성 AI가 드물게 발생하는 기간이다. 최근 5년을 기준으로 한 통계를 보면 0~5건 수준으로, 올해 발생 수가 많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야생조류 증가 영향으로 AI 발생 건수가 늘어난 것이 달걀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3월은 달걀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다. 학기 초 각급 학교가 개학을 맞이하면서 급식에 쓸 달걀 수요가 늘어난다. 달걀은 생필품이라 주요 대형 유통업체들은 봄맞이 할인 행사를 앞두고 달걀을 확보하기에 바쁘다.

특히 올해는 미국의 달걀 수입 요청까지 발생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AI 확산에 따라 달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장관은 지난 3월 20일(현지 시각) "한국에서 더 많은 달걀을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연말까지 매달 1억 알 분량의 달걀 수출을 한국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내 월평균 달걀 생산량의 15분의 1 수준이다. 실현될 경우 달걀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달에는 충남 아산시 계림농장과 충북 충주시 무지개농장에서 각각 특란 20톤씩 총 40톤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해당 수출량은 아직 국내 월평균 달걀 생산량 대비 0.06%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미국에서 국내 달걀 수입 요구가 이어질 경우 가격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아직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3월 중 미국으로 수출된 달걀은 민간 주도의 시장 탐색용 초도물량 수준"이라며 "국가 간 공식적인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달걀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유통업계에서는 미국에서 대규모로 달걀을 사들인다는 소식만으로도 달걀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달걀 수급난을 우려하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AI 확산과 미국 수출이 맞물릴 경우 달걀 수급 불안정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고병원성 AI 첫 발생 이후 현재까지 살처분된 산란계가 430만 마리 이상으로 전체 기준 5.5%에 달한다. 이 상황에서 미국 달걀 파동이 길어지면 국내 가격 안정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달걀 파동으로 인한 한국산 달걀 수출 증가 요구는 철저히 국익 차원에서 판단해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제 파는 달걀 소매가격은 특란 30개 기준 6554원으로 전년(6097원)보다 약 7% 올랐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식품 물가에 새 불안 요소가 더해진 셈이다. 지난달 빵, 햄, 김치, 과자류 등 가공식품 가격이 올랐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3월 가공식품 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3.6% 올라 2023년 12월(4.2%)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계란 산지 가격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2월에는 달걀 수요가 줄어 가격이 연중 최저점으로 떨어졌다가, 3월에 수요 증가로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일관되게 보인다"며 "정부는 계란 수급 및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