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가 올해 3분기 미국 시장에 첫 진출한다. 국내에서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롯데GRS가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NRA 쇼에 참가한 롯데리아. /롯데GRS 제공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GRS는 지난 2023년 10월 미국 법인 '롯데GRS USA'를 설립한 데 이어 작년 2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롯데리아USA' 법인을 세우는 등 미국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미국 사업 진출을 위해 글로벌사업부 아래 미주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도 정비했다.

롯데GRS는 그동안 직진출 또는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 왔다. 직진출은 본사가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현지 법인을 통해 직접 사업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마스터프랜차이즈는 기업이 현지 파트너사와 계약을 맺고, 파트너사에 브랜드 사용 권한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되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베트남은 1998년 직진출 방식으로 현지 매장을 개점했다. 인도네시아(2011년), 미얀마(2013년), 캄보디아(2014년), 라오스(2016년), 몽골(2018년) 등은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출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25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현재 현지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직진출의 장점인 현지 맞춤형 전략을 살려 국내 대표 메뉴에 현지 외식 문화를 접목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미 지역은 버거의 본토에 처음 진출한다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롯데GRS는 직진출 방식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전망이다. 직진출은 투자 비용이 들지만 품질 관리 측면에서는 마스터프랜차이즈보다 유리하다.

첫 매장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들어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식 버거인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등을 현지화해 출시할 계획이다. 케이(K)버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롯데GRS는 지난해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외식박람회 'NRA 쇼'에 참가해 관람객과 바이어를 대상으로 '불고기 버거', '리얼불고기 버거', '전주 비빔라이스 버거' 등 제품 시식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가 직접 시식회를 운영하며 미국 진출에 힘을 실었다.

롯데GRS는 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와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 도넛 전문점 크리스피도넛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롯데GRS는 매출 1조원대 기업이었지만 한국 버거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2020년에는 매출이 6831억원까지 감소했다.

차 대표는 2020년 말 대표로 부임했다. 그는 1992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30년가량 롯데그룹에 몸담은 정통 '롯데맨'이다. 구원투수로 투입된 차 대표는 취임 후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의 저효율 매장을 폐점하고 패밀리레스토랑 TGIF를 MFG코리아에 매각했다. 그러면서 롯데GRS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주력 브랜드인 롯데리아 살리기에 집중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리아는 그간 '왕돈가스 버거', '오징어 버거' 등 꾸준히 신메뉴를 출시하며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졌다"며 "노후화된 매장도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바꿨는데, 브랜드 이미지를 탈바꿈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결과 롯데GRS 매출은 2021년 6757억원, 2022년 7815억원, 2023년 924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영업손실 258억원에서 이듬해 흑자 전환해 2022년 영업이익 17억원, 2023년 208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롯데GRS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롯데GRS는 미국 시장 공략을 통해 국내에서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커스텀 마켓 인사이트'(Custom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퀵서비스 레스토랑 시장 규모는 지난해 2950억달러에서 올해 3010억달러, 2034년 5086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도 경쟁 격화로 포화 상태이긴 하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데다 최근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장 여력이 있다"며 "한국적 맛과 정체성을 살린 메뉴로 차별화할 경우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