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어렵다고요? 집에서 한 잔 따라 색을 보세요. 진한 색 와인은 소고기와 연한 색은 닭고기와, 중간색은 돼지고기와 함께 즐기면 실패할 일이 없어요."
9일 서울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 박람회' 마지막 날, 김상미 WSA와인아카데미 원장이 '재미난 와인 이야기'라는 주제로 와인 입문자들을 위한 실용적인 조언을 쏟아냈다. 전시장 내 강연장은 와인에 관심 있는 100여 명 청중으로 가득 찼다.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 박람회는 올해 12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대표 주류 품평회다. '국내의 좋은 술을 발굴해 널리 알리고, 건전한 주류 문화 형성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조선비즈가 2014년부터 매년 개최한다. 올해부터는 3일간 열리는 박람회로 확대됐다.
◇ 8000년 역사 '신의 물방울'... "색상 보고 음식 고르세요"
김상미 원장은 와인이 소위 '신의 물방울'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 "맥주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만들지만, 와인은 포도를 짜서 놔두면 저절로 발효되는 신비로운 술"이라며 "오래전부터 신이 만들어 인간에게 준 음료로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와인이 가진 큰 매력 중 하나로 '오감 만족'을 꼽았다.
"와인은 따르는 소리부터 귀를 자극합니다. 이어 눈으로 색을 보고, 코로 향을 느끼고, 입으로 맛과 질감을 즐기는 술입니다. 비단처럼 매끈한 것, 벨벳처럼 푸근한 것처럼 다양한 와인이 가진 매력에 빠지다 보면 통장 잔고가 빠르게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음식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고역이다. 김 원장은 와인색을 보면 어울리는 음식을 쉽게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진한 색 와인은 스테이크나 양고기 같은 육즙 많은 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피노 누아처럼 연한 색 와인은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와 궁합이 좋습니다. 색이 두 품종 딱 중간인 메를로는 돼지고기를 포함해 육류 요리 대부분과 잘 어울립니다."
강연은 와인 예절과 마시는 방법으로 이어졌다. 그는 "와인잔은 정석대로라면 다리 부분을 잡는 것이 좋지만, 편하게 몸통을 잡아도 괜찮다"며 "와인잔 입구는 가장 얇고 깨지기 쉬우니 건배할 때는 입구보다 몸통 부분을 가볍게 맞대는 편이 낫다"고 했다.
김 원장의 쉬운 설명에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 원장은 "의외로 제사 음식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한식은 와인과 잘 어울린다"며 "한과나 약과는 스위트 와인과도 잘 어울리니, 선입견을 품지 말고 한번 시도해 보라"고 권유했다.
◇ 위스키만 고집하지 마세요... 바텐더가 알려준 '홈메이드 하이볼 제조 비법'
"하이볼은 베이스 주류와 믹서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꼭 위스키가 아니어도 됩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소주·진·보드카·전통주라면 어떤 주종도 가능합니다."
앤디 윤 케네디하우스스피리츠(KHS) 브랜드 앰배서더는 '뉴 홈메이드 하이볼 레시피'를 주제로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하이볼 레시피를 소개했다. 윤 앰배서더는 서울 청담동에서 바 티센트, 바 제라늄, 깔바도스 가든, 앱 앤 플로우 4개 바를 운영하는 오너 바텐더다.
그는 "도수 높은 주류를 그대로 마시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하이볼로 만들어 마시면 맛있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중국 바이주에 탄산수나 진저에일과 섞으면 훨씬 편안할 뿐 아니라,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맛까지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앰배서더는 집에서 바로 해 마실 수 있는 하이볼 레시피를 공개했다. 가장 기본적인 위스키 하이볼은 "위스키를 소주잔 한 잔 분량과 탄산수 페리에 150ml를 섞는 것"이라고 했다.
트로피컬 커피는 럼에 코코넛 시럽, 파인애플 주스, 에스프레소를 섞은 칵테일이다. 럼은 주로 카리브해 일대에서 사탕수수나 당밀을 증류해 만든다.
"커피와 럼은 생산 지역이 비슷해 궁합이 좋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들은 대체로 성격이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글로벌 트렌드는 저알코올, 논알코올 칵테일"이라며 "시럽을 활용한 무알코올 하이볼로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기는 건전한 음주 문화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