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류산업 현주소를 살펴보고 미래를 가늠하는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이 236개 업체가 출품한 1008개 브랜드 가운데 431개 제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 박람회는 올해 12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대표 주류 품평회다. '국내의 좋은 술을 발굴해 널리 알리고, 건전한 주류 문화 형성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조선비즈가 2014년부터 매년 개최한다. 올해부터는 3일간 열리는 박람회로 확대됐다.
9일 서울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대상 수상작들이 발표됐다. 올해 상을 받은 주류를 보면 부문 별로 이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제 술은 단순히 '마시는 대상'이 아니라 취향에 따라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 10도 넘는 탁주 인기... '막걸리 경계 확장'
우리술 탁주 부문 막걸리 카테고리에서는 고도(高度)화와 고급화가 두드러졌다.
농업회사법인범표주조 주식회사 '범표 생 막걸리(7도)'는 이천쌀을 사용해 세 번 걸러 만든 고급 막걸리다. 이 막걸리는 전체 탁주 부문에서 가장 좋은 술에 해당하는 베스트 오브 2025를 받았다.
막걸리는 보통 5~6도대가 일반적이다. 올해는 기존 6도대 막걸리에서 벗어나, 10도를 넘나드는 막걸리들이 대거 수상했다. 농업회사법인한강주조 '나루 생 막걸리 11.5(11.5도)', 다랭이팜 '유자가득 드림09(9도)', 제이1농업회사법인 '경탁주12도(12도)', 팔팔양조장 '하드포션(14.3도)' 등이 대표적인 고도수 막걸리다.
농업회사법인송도향 유한회사 '오마이갓 스파클링 봄꽃'처럼 전통적인 막걸리에 톡톡 튀는 탄산을 가미해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한 사례도 있었다.
◇ '17도부터 53도까지' 한국 소주 다변화 시대
소주 부문에서는 롯데칠성음료 '새로'와 하이트진로(000080) '진로'와 '참이슬 후레쉬', 대선주조 '대선 159′가 희석식 소주 부문 대상을 받았다.
키코리아 '키소주 22도'와 , 청슬K '영일만소주' 등은 증류식 소주 부문에서 각각 수상했다. 희석식은 목 넘김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저도(低度)주에 대한 선호도를 보여주듯 17도 미만 제품이 주로 수상했다.
과거 획일화한 소주 시장이 점차 나눠지면서, 26도 미만부터 31도 이상까지 다양한 도수 대 소주들도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스마트브루어리 '마한48′ 같은 고도수 제품은 이제 도수 높은 증류식 소주가 일부 애주가층을 넘어 일반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졌다. 농업회사법인 밀과노닐다가 선보인 '진맥 시인의 바위' 같은 안동소주 생산자들도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회곡양조장 '월영안동소주', 민속주 안동소주의 '문화재·명인 조옥화 안동소주 45도'처럼 지역성과 원료 특징을 뚜렷하게 살린 제품들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 맥주, 개성과 실험으로 승부... '고대곡물·꿀 이색 재료 활용'
국내 맥주 시장에서는 한동안 고전했던 크래프트 맥주 부문이 약진했다. 일반 맥주 부문에서는 하이트진로 '켈리'와 오비맥주 '카스 프레시가 수상했다.
크래프트 맥주 부문에서는 베베양조 '베베바이젠'을 필두로 다양한 개성을 갖춘 제품들이 선정됐다.
특히 서울브루어리 '모듈러 러스틱 팜하우스에일', 블루웨일브루하우스 '퀸비임페리얼스타우트'처럼 독특한 개성을 앞세운 제품들이 선전했다. 모듈러 러스틱 팜하우스에일은 고대곡물 엠머밀로 만든다. 퀸비임페리얼스타우트는 진득한 꿀을 넣은 14도짜리 고도수 맥주다.
◇ 위스키,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춰 '최적화'
위스키 부문에서는 페르노리카코리아 '로얄살루트 21년'이 블렌디드 스카치 슈퍼프리미엄 부문 대상을 차지하며 고연산 프리미엄 위스키 인기가 여전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아영에프비씨 '벤로막 10년'은 3회 연속 수상했다. 개인 취향에 맞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찾으려는 꾸준한 수요에 힘입은 덕분이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수입하는 싱글몰트 위스키 '싱글톤 더프타운 15년' 역시 3회 수상했다.
동시에 도수가 40대를 밑도는 저도 위스키와 미국 버번 위스키도 올해 시상식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골든블루 '골든블루 더 다이아몬드'는 36.5도 위스키로 국내 저도 위스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제품은 5회 수상 기록을 세웠다. 신세계엘앤비가 선보인 유명 버번 위스키 브랜드 '헤븐힐 바틀드 인 본드', '에반 윌리엄스 싱글배럴', '라세니 스몰배치' 등도 수상했다.
◇ 세계 품은 한국 입맛... '높아진 소비자 안목 반영'
스피릿 부문에서는 디아지오코리아 '돈 훌리오 1942'가 데킬라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같은 회사 '텐커레이 넘버텐'은 진 부문 5회 수상 기록을 세우며 믹솔로지(mixology) 인기를 반영했다. 믹솔로지는 도수가 높은 술을 소다나 다른 음료에 섞어 마시는 방식이다.
부루구루 '생오렌지 하이볼'과 쏘앤유 '쏘고량주하이볼'처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RTD(Ready to Drink)형 하이볼 상품들도 치열한 경쟁 속에 품질 향상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케 부문에서는 빅보이리커 '타카키 노 잇본 준마이다이긴죠', 젠니혼주류 '월계관 준마이 다이긴죠' 등이 수상해 고급 사케에 대한 한국 소비자 안목이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동시에 니혼슈 코리아 '한잔스루?', 나라셀라 '쿠루쿠루 사케' 등 대중적인 사케도 전문가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일본 주류가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백주 부문에서는 케이에프제이코리아 '자약 오렌지(국조판)'와 화강주류 '레드프리미엄' 등이 대상을 받았다. 이들은 고가 중국산 백주 시장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례로 꼽혔다.
◇ 국경 사라진 와인 시장... "몰도바 원산지도 품질로 승부"
와인 부문에서는 레드와인 구대륙 부문에서 레뱅 '로쉐마제 메를로'가 다섯 번째 대상 수상으로 중저가 와인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하이트진로 '마르께스 데 리스칼 레세르바'(4회 수상)와 레뱅 '로르나노 끼안띠 클라시코 리제르바 레 반디트'(4회 수상)처럼 일상적인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들도 꾸준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화강주류 '아카데미아 푸카리 페타스카 나그라'는 일반 소비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몰도바 와인임에도 5회 수상 기록을 세웠다. 국내 와인 소비자 안목이 높아지면서, 품질이 좋다면 인지도가 낮은 국가 와인이더라도 침체한 와인 시장에 연착륙했다.
호주·칠레·아르헨티나 등 신대륙에서는 젠니혼주류 '마야카바'(4회 수상)와 '아이코노'(3회 수상), 비노파라다이스 '인 시투 시그니쳐 카베르네 쁘띠 베르도'(3회 수상)가 높은 점수를 얻었다. 금양인터내셔날 '1865 마스터 블렌드', 아영에프비씨 '에라주리즈 에스테이트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인지도 높은 칠레 와인도 그 품질을 검증받았다.
특히 와인투유코리아 '맥매니스 쁘띠쉬라'(3회 수상)와 '1881 나파 카베르네 쇼비뇽'(2회 수상)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이 여전히 국내에서 시장성이 두텁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화이트와인 부문에서는 음식과 맞춤을 고려한 섬세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와인이 주로 수상했다. 디아넬라 '디아넬라 세레노 에 누볼레 베르멘티노', 신세계엘엔비 '알라모스 토론테스'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여느해보다 뉴질랜드 와인이 강세를 보였다. 타이거인터내셔날 '울팩 소비뇽 블랑', 나라셀라 '베라몬테 레세르바 소비뇽 블랑', 금양인터내셔날 '라파우라 스프링스 로헤 블라인드 리버 소비뇽 블랑' 등은 맑고 깨끗한 산미와 열대과일 향을 뿜는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이다.
스파클링 와인 부문에서는 단순한 톡 쏘는 맛을 넘어 복합적인 풍미와 깊이를 갖춘 제품들이 주목받았다. 신세계엘앤비가 유통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샴페인 '앙드레 끌루에 상파뉴 실버 브뤼'는 가격 대비 만족도와 품질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국순당 '샴페인 어니스트 라페뉴 밀레짐'과 아영에프비씨 '폴 당장 뀌베 47 골드' 같은 다른 샴페인 브랜드도 함께 수상했다.
한국와인 부문에서는 조흔와이너리 '영천와인 조흔 레드 스위트'(2회)가 지난해에 이어 연속 수상했다. 컨츄리 와이너리 '컨츄리 캠벨 스위트'(3회)와 마미영농조합법인 '어미실청수스위트'(2회) 등 달콤함이 특징인 국산 와인들도 연거푸 시상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