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최고 술을 가리는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 박람회'에서는 주류 산업 흐름과 변화를 짚어보는 의미 있는 강연이 이어졌다.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 박람회는 올해 12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대표 주류 품평회다. '국내의 좋은 술을 발굴해 널리 알리고, 건전한 주류 문화 형성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조선비즈가 2014년부터 매년 개최한다.
올해 행사에는 236개 업체에서 총 1008개 브랜드가 출품했다. 종합 주류를 다루는 국내 품평회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 중 부문별 최고 상(償)에 해당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set 2025)로 25개 브랜드가 뽑혔다. 그 밖에 전 부문에 걸쳐 총 431개 브랜드가 대상을 받았다.
7일 서울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는 시상식 이후 부대행사로 주류 관련 전문가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주로 지난해 이후 급변한 주류 소비 트렌드와 전통주 고급화, 세무 전략 같은 주제를 다뤘다.
◇ K-팝·K-뷰티·K-푸드 다음은 K-리커... 日 산토리 전략 눈 여겨봐야
이성호 한국에프앤비파트너스 의장은 "국산 주류가 글로벌 진출을 하려면 앞서 해외에서성공한 다른 브랜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호 의장은 "일본 산토리는 자사 브랜드를 프리미엄화(化)하기 위해 해외 유명 위스키 증류소와 와이너리를 동시에 인수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쳐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진출했다"며 "한국 주류도 이런 확장 전략을 모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주류 시장에서 얻은 세 가지 핵심 전략을 공유했다.
"첫째, 제품 혁신과 차별화가 중요하다. 둘째, K-팝·K-뷰티·K-푸드를 결합한 K-라이프스타일 인더스트리와 상승효과(시너지)를 내야 한다. 셋째, 글로벌 투자자 및 사업 파트너와 협력은 필수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각 국가 별로 유통망을 구축하고, 원하는 타겟층에게 유통시킬 수 있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105만원짜리 전통주 매진 비결은? '남다른 고급화'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는 매달 100종이 넘는 전통주를 만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주 산업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지민 대표는 "전통주 시장이 최근 불경기로 침체했지만, 좋은 술과 고급스러운 패키징(포장)으로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전통주 고급화와 해외 수출이 핵심 생존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지민 대표가 이끄는 대동여주도는 지난해 전통주 업계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1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그는 "양조장이 좋은 술을 만들려면 설비와 장비가 필요한데, 대부분 소규모 생산에 그치고 있다"며 "자본을 끌어와 양조장에 투자하고, 해외 수출을 위한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고급화를 통해 전통주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 인기 제품을 소개했다. 가령 장욱진 화백 작품을 활용한 105만원짜리 오미자 증류주 '고운달' 패키지는 롯데백화점 VIP 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4억뷰가 넘는 인기 웹툰 '화산귀환'과 협업한 청명주 펀딩은 7억원을 달성했다.
그는 "단순히 술병에 그림만 붙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품은 세계관을 이해하고 이를 제품에 녹여내는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여성 와인 소비자는 30% 뿐'... 통념 깬 술 소비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리서치 기관 엠브레인이 전국 2만명 패널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국내 주류 소비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고 했다.
문정훈 교수는 "편의점에서 주류를 구매하는 소비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84%로 압도적이었다"며 "와인은 여성이 많이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 편의점 기준 여성이 산 와인 비중은 30%에 그쳤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소주를 산 소비자 가운데 절반은 닭꼬치·꼬치류(49.3%)와, 맥주를 산 소비자 열 명 중 일곱 명은 마른안주(68.4%)를 같이 샀다. 이런 데이터는 주류 업계 프로모션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중요하게 쓰일 수 있다."
그는 하이볼 시장 성장세에도 주목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하이볼은 2023년 5월 이후 국내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문 교수는 "일반적으로 하이볼이 여성 소비자용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남성 30대(18.5%), 40대(16.5%), 여성 30대(13.5%) 순으로 하이볼을 많이 샀다"며 "같은 하이볼이더라도 도수나 맛 같은 제품 성격에 따라 소비자층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 연구개발비에도 세금 물리는 주세 제도... "산업 경쟁력 저하 원인"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주류산업 발전을 위한 주세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선명 부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맥주와 탁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류에 종가세를 적용하는데, 이는 제품 가격 대비 세율을 매기는 방식"이라며 "병값, 포장값, 유통비, 심지어 연구개발비까지 과세표준에 포함해 주류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대부분이 주류 양이나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종량세는 고도주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 외부 불경제 교정 효과가 높고, 연구개발을 촉진해 프리미엄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이 매번 지연되는 이유가 "소주 가격 상승에 따른 저소득층의 부담 증가와 세수 감소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소주는 가격 탄력성이 낮아 가격이 올라도 소비가 크게 줄지 않는다"며 "차등 세율 적용이나 감면 제도를 통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완 세무사는 대대로 주류 양조장을 이어 가는 자산가들을 상대로 상속세 대비 전략을 설명했다.
문 세무사는 "6개월 이내에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현금이 없다면 금액을 맞추기 위해 부동산이나 양조장을 헐값에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 형제가 양조장을 공동 소유했다가 한 형제가 사망하면 나머지 형제들 지분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법인과 개인 세율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100억을 벌었을 때 개인은 최고세율 45%에 지방세 10%를 더해 49.5% 세금을 내는 반면, 법인은 22% 세율이 적용된다"며 "세금을 줄이려면 가족법인 설립 같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