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정액제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을 오는 4월부터 순차 종료하기로 했다. 울트라콜은 배민의 주요 매출원이어서, 배민으로선 이를 폐지하면 단기적으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배민이 울트라콜을 폐지하는 이유는, 업계 2위 쿠팡이츠가 배민을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는 '자체 배달' 서비스로 배달 품질을 높여왔단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배민의 울트라콜은 '주문 중개' 방식을 기반으로 영업해 왔다. 울트라콜 종료를 통해 배민도 자체 배달 서비스에 집중하고 업계 1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뉴스1

◇ 배민, 울트라콜 폐지하며 자체 배달 집중

11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쿠팡이츠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200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553만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 12월(963만명) 이후 한 달 만에 39만명이 늘었다.

지난달 배민 이용자는 2261만명으로 업계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작년 1월(2245만명)과 비교하면 16만명이 감소했다. 작년 3월 쿠팡이츠가 쿠팡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 멤버십 회원은 1400만명에 달한다.

쿠팡이츠가 급성장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100% 자체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배달 서비스는 라이더 이동 경로와 도착 예상 시간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배달 품질이 일정하고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장점이다.

글로벌 배달 시장에서도 자체 배달 서비스가 주요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초 미국 내 점유율이 10% 초반에 불과했던 배달앱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의 경우, 자체 배달 모델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후 2년 만인 지난 2020년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상승하며 1위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67%까지 점유율이 올랐다.

반면 배민은 서비스 초기부터 주문 중개 방식을 중점적으로 운영해 왔다. 사용자가 배민을 통해 주문하면, 식당에서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직원 또는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음식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배민은 배달 과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특히 배민의 울트라콜은 주문 중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주문 중개 방식은 배달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성장으로 (배민의) 이 구조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이츠의 배달앱 진출 이후 자체 배달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업체 간 경쟁 상황이 자체 배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배민은 울트라콜을 통해 가게의 노출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 왔다. 울트라콜은 월 8만8000원을 내면 업주가 원하는 특정 지역의 고객들에게 자신의 가게를 노출하고 음식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액 광고 상품이다. 업주가 원하는 지역에 '깃발'을 꽂으면 인근 지역 최대 3㎞까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 가게가 넓은 범위에 깃발을 여러 개 구매해 꽂을 수도 있다. 배민으로선 그동안 울트라콜이 효자 상품이었던 셈이다.

배달의민족은 앱 내에서 가게 중복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UI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 쿠팡이츠·배민 배달 경쟁, 전국으로 확대

앞서 쿠팡이츠가 자체 배달로 인기를 끌자, 배민도 자체 배달 서비스인 '한집배달'과 '알뜰배달'을 잇달아 출시한 바 있다. 기존 주문 중개 방식과 자체 배달 방식을 동시에 운영해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앱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쿠팡이츠 대비 직관적이지 않고 복잡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배민은 울트라콜 폐지와 더불어 앱 UI도 전면 개편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가게 배달(대행업체 배달)과 음식 배달(자체 배달)로 나뉜 이용 경로를 음식 배달 탭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이다. 가게 정보를 통합해 중복 노출을 없앤다는 것이다.

쿠팡이츠와 배민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방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작년 3월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두 달 뒤인 작년 5월 이를 전국에 확대 적용했다. 작년 10월에는 경상남도 창원시와 안전한 배달 환경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전국으로 영향력을 늘려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배민도 쿠팡이츠의 무료 배달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4월부터 무료배달을 시작했다. 지난 4일에는 서울,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만 적용되던 멤버십 서비스 '배민클럽'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전국적으로 자체 배달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배민도 이를 따라가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무료 배달로 맞붙었던 쿠팡이츠와 배민이 자체 배달로 '두 번째 라운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