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체 초콜릿을 만드는 푸드테크 기업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코코아 가격 인상은 기후 변화로 인한 공급 부족 탓이어서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또 초콜릿 생산 과정 자체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어 당분간 대체 초콜릿을 만드는 '코코아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독일에 본사를 둔 '플래닛 A 푸드(Planet A Foods)'는 작년 12월 3000만달러(약 43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플래닛 A 푸드는 2021년 설립된 회사다. 작년 2월 1540만달러(227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뒤 채 1년도 안 돼 다음 투자가 이뤄졌다. 플래닛 A 푸드는 귀리와 해바라기 씨앗을 발효 및 로스팅해서 초콜릿 대체품인 '초비바(ChoViva)'를 만든다.
막시밀리언 마쿼트 플래닛 A 푸드 창업자는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M&M, 스니커즈 등 대중적인 제품과 초비바 사이에는 맛의 차이가 없다"며 "일반적인 간식용 초콜릿은 코코아콩 자체가 아닌 가공 과정에서 맛의 80%를 구현한다. 초콜릿을 만드는 데 코코아콩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플래닛 A 푸드는 초비바를 연간 2000톤(t) 생산하고 있다. 투자금을 통해 연간 생산량을 1만50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기반으로 20여개의 고객사를 두고 있으며, 향후 영국, 프랑스, 미국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탈리아 기반의 '포에버랜드'는 작년 10월 340만유로(51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포에버랜드는 주요 원료로 캐롭 나무의 열매를 활용한다. 캐롭 나무는 지중해 지방에서 자라는 콩과 식물이다. 당밀에 견줄 정도로 설탕이 풍부하게 함유됐다고 한다.
오레오 제조사인 미국 제과업체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셀레스트바이오'의 시드 투자에 참여했다. 총투자 규모는 450만달러(66억원)다. 셀레스트바이오는 세포배양을 통해 코코아를 만드는 곳이다. 2027년 정식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포배양을 통한 코코아 생산이 확대되면 코코아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 코코아 가격 사상 최고치
코코아 없이 초콜릿을 만드는 대체 초콜릿 회사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지난해 코코아 가격이 주요 원자재 중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작년 12월 뉴욕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은 미터톤(metric ton)당 1만256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격 상승률은 178%로, 122% 급등한 비트코인보다 높다고 WSJ는 전했다.
코코아는 서아프리카에 엘니뇨로 인한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코코아는 전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이 아프리카에서 재배되고 있다. 최대 생산국은 코트디부아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나는 27% 감소했다.
네덜란드 ING은행은 CNBC에 "올해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량이 약간 증가하겠지만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폭염과 폭우로 썩어버린 코코아나무를 베어내고 다시 심어 키워서 열매를 맺게 하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체 초콜릿 회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코코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생산량이 감소하기 전까지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더 많은 코코아를 재배하기 위해 숲을 벌목하고 코코아나무를 심었다. 코코아 가공 과정에서는 물도 많이 사용된다. 초콜릿 1톤당 평균 1719만6000리터(ℓ)의 물이 쓰인다. 50g짜리 초콜릿 하나를 사 먹을 때마다 가정용 욕조 3개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
플래닛 A 푸드는 "기존 초콜릿보다 탄소 배출량이 최대 80% 낮으며 유제품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 비건 버전 초비바는 이보다도 탄소를 적게 배출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체 초콜릿 회사들의 경제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 초콜릿 업체들이 생산하는 초콜릿은 연간 400만~500만톤에 이르는 전 세계 코코아콩 수확량 대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초콜릿의 대체제가 되려면 앞으로 생산 능력이 크게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