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빼놓고 생각하기 어려웠던 한해 였습니다. 유통가에선 줄 퇴직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3월 11번가를 시작으로 하반기엔 한 달에 한 회사꼴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6월엔 롯데온, 7월엔 SSG닷컴, 8월엔 롯데면세점, 9월엔 G마켓, 10월엔 세븐일레븐이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11월에도 롯데호텔앤리조트와 신세계면세점에서 직원을 내보냈습니다.
유통가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LG그룹 계열사 중에선 LG헬로비전이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안정적이고 탄탄한 직장으로 불렸던 KT나 SK텔레콤도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너도나도 희망퇴직을 실시하자 일각에선 프랜차이즈 업종이 성황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기업에서 일하던 40~50대가 맨몸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긴 부담스럽다 보니 프랜차이즈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집행했던 1997년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퇴직자들이 몰리면서 프랜차이즈 업계는 성업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좀 다르다는 게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창업 설명회를 열어도 문전성시는커녕 한산한 편이고, 설명회 후 실제 계약을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가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희망퇴직 특수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한산한 반면 최근 퇴직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입니다. 이곳은 개인 택시를 운행하려는 사람들이 조건 충족을 위해 찾는 곳입니다.
개인택시 면허비용도 오르고 있습니다. 서울시 개인택시 시세는 지난 4월 1억원을 넘어선 이후 최근 1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시세 상승보다 가파르게 가격이 오른 편입니다. 서울 개인택시 시세는 2021년에 8000만원 전후에 거래되다가 2022년 말부터 9000만원대에 진입했습니다.
운수업계 관계자는 “부지런히 일하면 대기업 과장 월급 정도는 가져갈 수 있고 업무시간도 본인이 조율 가능하다는 점, 낮에 운행하면 소위 말하는 진상 손님도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 때문에 퇴직자들이 개인택시를 생업으로 택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2021년부터 개인택시기사 요건이 완화돼 자가용 운전자(비영업용)도 5년 무사고 경력이라면 개인택시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것도 퇴직자들이 개인택시를 찾게 된 배경입니다.
퇴직자들이 프랜차이즈 대신 개인택시를 찾는 것에 대해선 프랜차이즈 업계가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창업 고려 1순위에서 밀려난 것은 가맹본부에 대한 불신이 한몫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간 프랜차이즈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했던 이들의 경험담이 충분히 쌓이고 공유되면서 기피하려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소상공인이 모여있는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가맹금에 로열티, 광고비, 교육비만 내면 되는 줄 알았더니 본사에서 지정해주는 곳에서 인테리어를 하게 했고 바가지를 썼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정위가 발표한 ‘2024년 가맹분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맹본부로부터 불공정행위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가맹점주는 전체의 54.9%에 달했습니다. 1년 전보다 16.1% 증가한 수치입니다. 대표적인 불공정거래 유형은 ▲매출액 등 정보를 부풀려 제공(20.5%) ▲광고비를 부당하게 전가(18.0%) ▲정보공개서 등 중요 서면 미제공‧지연제공(12.1%) 등이었습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저마다 상생협의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사와 점주 간 협의와 소통을 강화하자는 차원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신은 점차 깊어지는 분위기고 창업 후보지에서도 점차 밀려나는 형국이라는 점에서 지난날을 되돌아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가맹점주들과 진짜 상생을 해왔던 걸까요.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성장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