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빵이 '빵을 주식으로 삼았던 나라'에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북미 지역에서 확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최근 캐나다 9호점(코퀴틀람점)과 10호점(올버니 스트리트점)을 개장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와 캘거리에 밴쿠버 권역에도 진출하면서 북미 시장에서 꾸준히 세를 넓히고 있습니다. SPC그룹 관계자는 "초창기엔 직영 매장으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했고 이제 확신이 생기니 가맹점 형식으로 출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최근엔 떡도 해외 시장 출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틱톡과 유튜브에서 '꿀떡 시리얼'이 인기를 끌자 SPC삼립의 떡 프랜차이즈 '빚은'이 수출용 꿀떡을 개발한 것입니다. 꿀떡 시리얼은 우유에 곡물 시리얼 대신 꿀떡을 부어 넣어 먹는 것입니다. 한 끼 식사 대용으로 든든하고 예쁘고 맛도 좋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SPC삼립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수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한국 빵과 떡의 세계관 확장을 두고 일부에선 그저 '운이 좋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를 타고, 혹은 틱톡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우연히 인기를 끌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식품업계 종사자들은 빵과 떡은 라면이나 치킨과는 좀 결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치맥(치킨과 맥주)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빵과 떡은 다릅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빵이나 떡은 아침 드라마 위주의 광고(PPL)를 주로 했던 품목이라 콘텐츠 미디어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빵·떡에 날개를 달아준 일등 공신은 무엇일까요. 역설적으로 규제입니다. 2013년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정한 것이 한국 빵과 떡의 해외시장 진출에 도움이 됐다는 뜻입니다.

당시 동네 빵집과 동네 떡집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프랜차이즈 업종의 출점 제한이 걸리자 프랜차이즈 업계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소상공인 보호라는 명분이 워낙 강했던 때라 프랜차이즈 업계의 거센 반응에도 불구하고 기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기업은 성장을 해야 하는데 추가 출점이 어렵다 보니 사업부엔 그늘이 드리웠습니다. 당시 사업부를 맡았던 한 담당자는 사무실에 빼곡히 앉아 있는 직원들을 보면서 한숨을 여러 번 내쉬었다고 합니다. 다른 방식의 수익 모델을 수차례 검토했습니다. 중기업종에 지정되지 않은 종목의 신규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해외에서 들여오고 사업부 생존을 위한 시도는 계속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론은 결국 딱 하나, 해외시장 확대말곤 답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때부터 '맨땅에 헤딩'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을 도모할 수 없으니 강제적으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해외 시장에서 확장을 시작하기까지 딱 10년이 걸렸는데 절박한 마음이 컸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내수기업 중에서도 프랜차이즈 업종은 땅 집고 헤엄치는 식으로 돈을 번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데 손쉽게 돈 버는 내수용 기업이라는 오명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수기업에서 해외기업으로 그 수식어구가 달라지기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땅 집고 헤엄치다가 맨땅에 헤딩하기까지 10년의 시간이 있었던 덕분입니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해라고 합니다. 동남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까지 빵과 떡의 해외시장 확대에도 파란불이 켜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