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열 농심(004370) 미래사업실장(전무)이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글로벌 F&B 라이프스타일 리더’가 되겠다는 비전을 내걸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 전무가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 전무는 서울 신대방동 본사에서 비전 설명회를 열고 글로벌 F&B 라이프스타일 리더가 되자는 목표를 임직원들에게 제시했다. 지난 2008년 농심은 설립 50주년을 맞는 2015년엔 매출 4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의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농심이 연 매출 4조원을 넘은 적은 없으나, 이번 비전 설명회를 통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60주년을 맞는 내년을 기점으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내수 침체로 최근 국내 식품사들 실적은 해외 매출에 좌우되고 있는데 농심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경쟁사인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이 75%에 달하지만 농심은 40%대다. 농심이 이 같은 비전을 제시한 것은 앞으로 해외 비중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신 전무는 지난달 말 상무에서 승진했다. 신 전무는 1993년생으로 고(故) 신춘호 농심 그룹 창립자의 장손이자 신동원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2021년 3월 신춘호 회장이 별세한 후 남긴 농심 주식 35만 주 가운데 20만 주를 받았다. 농심 지분율은 3.29%다. 지주사 농심홀딩스 지분도 6만5251주(1.41%) 보유 중이다. 아버지 신동원 회장(42.92%), 삼촌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13.18%), 고모 신윤경 씨(2.16%) 및 재단과 사내 기금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전무는 2019년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같은 해 농심에 경영기획팀 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1년만인 2020년 대리로 승진, 이후 경영기획팀 부장을 거쳐 2021년 말 구매 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상무로 승진한 지 3년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하면서, 농심의 3세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심은 “회사의 성장 방향과 확장을 결정하는 중추적인 업무를 맡기자는 취지로 농심의 비전을 만드는 미래사업실의 전무 승진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 전무는 지난 1월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미래사업실을 이끌고 있다. 미래사업실은 신사업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과 신규사업 등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또 그가 맡았던 구매실장직은 원자재 수급과 제품 가격, 협력 업체 등을 관리하는 요직이다. 그동안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치며 탄탄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온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 전무는 식품 이외의 다른 사업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본업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면서도 “초고속 승진을 이어온 만큼 경영 능력 검증에 대한 부담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무의 과제는 글로벌·신사업 개척
신 전무는 라면 중심 사업에서 나아가 새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4106억원, 영업이익 21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9%, 89.1%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품목별로 보면 라면 품목 매출액은 2조6798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78.6%를 차지하는데, 스낵은 5050억원으로 14.8%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 라면이 추구하는 것은 ‘자극적인 맛’ 보단 ‘깊이 있는 맛’인데, 라면의 새로운 소비층인 MZ세대들은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 있다”며 “사업 다각화,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신규 소비자를 확보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2017년부터 대체육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선보였고, 2020년부터는 ‘라이필’ 등의 브랜드를 선보이며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공들이고 있다. 스마트팜 사업도 본격화했다. 사막과 같은 기후 환경에서 자랄 수 없는 국산 딸기를 재배하도록 시스템을 고안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권으로 진출했다.
앞서 신동원 회장은 작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우리의 주력 제품은 라면과 스낵이기 때문에 이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되, 최근 신사업으로 꼽은 대체육과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사업실을 맡고 있는 신 전무가 힘을 보태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신 회장의 장녀이자 신 전무의 누나인 신수정 음료마케팅팀담당 책임도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승진했다. 1988년생인 신수정 상무는 미국 코넬대 졸업 후 2022년 1월 음료마케팅팀 과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차녀 신수현 씨는 농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