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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한국산 라면에 대한 수입 규제를 완화하면서 국내 라면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습니다. 내수 부진으로 라면 업체들의 고심이 깊은 상황에서 라면 소비 전 세계 2위 국가인 인도네시아 수출길이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규제 외교' 성과에 힘입어 삼양식품·농심·오뚜기 등은 내년 실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1일 식약처에 따르면 이달부터 인도네시아는 한국산 라면 등 즉석면류에 대한 에틸렌옥사이드(EO) 시험·검사성적서 요구 조치를 해제했습니다. EO는 농산물 등의 훈증제, 살균제로 사용되는 성분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즉석면 시장입니다. 국제즉석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즉석면 소비량은 145억개로, 전 세계 소비량의 15%에 달합니다. 한국(40억4000만개)보다 소비량이 3배 이상 많습니다.

인도네시아가 EO 시험·검사성적서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2년부터입니다. 전년도 독일에 수출된 농심 '모듬해물탕면'과 팔도 '라볶이'에서 EO의 대사 산물인 2-클로로에탄올(2-CE)이 검출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EO는 발암물질로 분류되지만, 2-CE는 발암물질은 아닙니다. 해외에서 논란이 되자 식약처는 관련 제품을 수거하고 현장 조사를 했습니다. 2-CE는 농심 모듬해물탕면 수출용 제품의 야채믹스 중 수입산 건파에서 0.11㎎/㎏, 팔도 라볶이 수출용 분말수프에서 12.1㎎/㎏ 확인됐지만 EO는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CE는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2-CE는 EO와 염소가 반응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다양한 화학반응을 통해 의도하지 않아도 생긴다"며 "아무 문제 없는 원재료 간 배합 과정에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미국, 캐나다가 EO와 2-CE를 구분해 기준을 둔 것과 달리, 2-CE와 EO의 합계 수치가 0.02~0.1ppm을 넘지 못하도록 해왔습니다. 그런데 한국 라면에서 2-CE가 검출되자, 수출할 때마다 EO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공인 시험·검사성적서와 한국 정부의 공식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인도네시아도 EU 규정을 준용했습니다.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라면 수출액은 규제 강화 전인 2021년 1218만달러에서 2022년 1472만달러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903만달러로 급감했습니다.

식약처는 EU가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시행일을 늦춰달라'고 요청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고 합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산 라면에서 EO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규제 강화 조치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한국산 라면에 대해 EO 검사성적서 제출을 면제하는 대신 통관 시 20% 무작위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규제가 완화됐고, 7월부터는 관리강화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고 했습니다.

식약처는 특히 인도네시아 규제 완화를 위해 지난 5월 아시아·태평양 식품 규제기관장 협의체(아프라스 2024) 기간에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청장과의 양자 회의를 했다고 전합니다. 인도네시아가 이달 선적되는 제품부터 관리 강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국내 라면 업체들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라면 업계에 따르면 내년 인도네시아에 대한 즉석면류 수출액은 올해 대비 738만달러(약 103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삼양식품도 최근 위기를 겪을 뻔했습니다. 지난 6월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이 '불닭볶음면 3X 스파이시', '불닭볶음면 2X 스파이시', '불닭볶음탕면'이 급성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회수 조치를 한 것입니다. 회수 조치는 EU 다른 국가로 확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식약처는 "DVFA와 기술 협의를 하면서 라면을 조리하면 섭취하는 캡사이신 함량이 줄어든다는 점을 설명하고, 조리된 제품의 실제 캡사이신 함량 분석값을 제시했다"고 했습니다. 리콜 조치는 한 달여 만에 빠르게 해제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11억3840만달러(1조5967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역대최대치 입니다. 수출 효자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외 각국의 규제 완화가 식품업계 수출에 단비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