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져 먹거리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각종 식품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이 오르면 판매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커피·밀가루 등 원재료 값까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19.2원) 대비 6.8원 오른 142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가 기준으로 볼 때 2022년 11월 4일(1426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원화 가치 하락). 한 주 전인 지난달 29일(1394원)과 비교하면 32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4일 새벽에는 1442원까지 뛰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최근 한국 정치 상황을 반영해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앞으로 더욱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내년 5월까지 1500원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경기가 좋지 않아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는데, 탄핵 사태까지 덮치면서 원화 급락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여기에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압박까지 더한다면 원화 약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원화 값이 하락하면 미 달러로 값을 치르는 수입 식품 가격은 비싸진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 업계에는 치명타인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식품 등은 1838만톤(t), 348억달러(50조원)에 달한다. 카카오와 커피 원두, 라면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 피자에 들어가는 치즈 등 각종 식품 원재료의 수입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행하는 양정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지난 2022 양곡 연도(2021년 11월~2022년 10월) 기준 22.3%였다. 1년 동안 소비하는 곡물의 4분의 1가량만 자급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다. 특히 밀(0.7%)·옥수수(0.8%)·콩(7.7%) 자급률은 현저하게 낮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일수록 고환율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식품 물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 지수는 121.3이다. 기준 시점인 2020년(100) 대비 21.3% 오른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다. 기상 이변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자재 가격 상승은 기상이변 문제에 따라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측면이 크다"면서 "기상이변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공급량은 쉽게 늘어날 수 없고 가격 오름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7.5로 전월보다 0.5% 상승했다. 지수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평균 가격을 기준값 100으로 설정해 비교한 결과를 나타낸 것인데, 지난해 4월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는 건 부담이 되지만, 원재료 조달 비용 때문에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