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최근 정기 임원 인사에서 해외 사업 강화와 동시에 조직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SPC그룹 오너 3세 허진수·허희수 형제는 각자의 방식으로 경영 보폭을 넓힌다. 형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은 해외 시장 개척을, 동생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겸 비알코리아 전략총괄임원은 국내 신사업을 진두지휘한다.
◇ 형 허진수 사장 이끄는 파리크라상, 해외 진출 확대
5일 업계에 따르면 SPC의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은 해외 사업에 잔뼈가 굵은 김성한 대표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성한 파리크라상 대표는 작년 8월 파리크라상 지원본부장으로 입사해 올해 4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힘이 실린 모양새다. 1974년생인 김 대표는 1998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기획팀에 입사한 후 유럽 총괄 오스트리아·스위스 법인장, 동남아영업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유럽·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세일즈 및 마케팅 전략을 다져온 해외 비즈니스 전문가다. 허진수 사장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파리크라상은 파스쿠찌, 쉐이크쉑 등 14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리바게뜨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허 사장은 직접 현장을 뛰며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허 사장은 2005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2014년 글로벌BU장을 거쳐 2022년 1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해외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미국‧프랑스‧영국‧캐나다‧중국‧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11개 국에 진출해 6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 허 사장은 직접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파리바게뜨의 해외 첫 글로벌 가맹점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파리바게뜨는 미국에서는 2005년 첫 매장을 개점한 이후 2022년 100호점을 돌파했다. 2030년까지 1000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 사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더 많은 글로벌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하기 위한 장을 자주 마련할 것”이라며 “북미에서 확인한 성공의 요소들을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 전반에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하는 등 해외 확장 의지를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허 사장은 동생인 허 부사장과 승계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파리바게뜨를 통해 글로벌 성과를 내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며 “김 대표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앞으로 해외 사업에서 보폭을 적극적으로 넓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동생 허희수 부사장은 신사업 발굴 집중
형인 허 사장이 파리크라상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장에 힘을 쓴다면 동생인 허 부사장은 SPC그룹의 다양한 신사업을 이끌며 미래 먹을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허 부사장은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한 후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 등을 거쳐 비알코리아 전략총괄임원을 맡고 있다.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의 한국 사업자로, 이번에 김진호 던킨 사업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던킨은 압구정로데오에 프리미엄 매장 ‘원더스’를 내는 등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허 부사장은 각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매출을 낼 수 있도록 장기적 전략을 짜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며 “SPC그룹이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허 사장과 허 부사장이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경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 부사장은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에그슬럿, 피그인더가든 등 새로운 브랜드들을 소개하며 SPC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SPC가 유명 글로벌 기업과 사업을 제휴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미국 푸드테크 기업 ‘잇저스트’, 2021년 친환경 요구르트로 알려진 ‘초바니’와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허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
아울러 SPC삼립은 이번 인사에서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고, 김범수 전무를 공동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김범수 신임 대표는 국내 사업 운영과 내부 관리를 담당하고, 황종현 사장은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사업 등 중장기 사업 전략과 대외 업무를 총괄하기로 했다. 대표이사 간 업무 분담을 통해 조직 안정화는 물론 해외 사업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SPC삼립은 일본 소매점 돈키호테와 미국 코스트코 등에 입점하며 해외 사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