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리겠다며 배달앱 수수료 인하 등 지원을 약속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불과 하루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윤 대통령이 애초에 민생엔 관심도 없었던 것 아니냐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4일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3일 밤에 내려진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생계를 걱정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4일 장사를 무사히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글부터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더 움츠려들 것 같다는 우려의 글이 올라왔다.

불과 하루 전 날 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전날(2일)까지는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의 글들이 종종 올라왔다. 윤 대통령이 당일 주재한 민생 토론회 결과를 보면서 드디어 자영업자도 숨통이 트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충남 공주시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임기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를 최대 30% 낮추고 노쇼(예약부도)·악성 리뷰 등 자영업자 4대 고충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가장 큰 부담인 배달 수수료를 영세 가게를 중심으로 3년간 30% 이상 줄여드리고, 모든 전통시장은 0%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야식 배달에 주력하는 식당가에서는 3일 자정부터 4일 새벽까지 배달 호출량이 줄면서 하루 장사는 공을 친 셈이 됐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곱창을 판매하는 A식당 사장은 “밤 10시 반에 계엄령 선포가 일자 배달 주문이 확 떨어졌다”면서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가 가장 주문이 많은 시간인데 앱 주문을 확 줄고 배달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 몇 통에만 배달이 나갔다”고 했다.

서울 신촌이나 노원구 등에서도 배달 문의 전화가 확 줄었다. 신촌이나 노원구 등지는 대학가가 있어 심야시각 야식 배달이 많은 편이다. 서울 신촌 소재 학교의 대학원생은 “과제 마감을 하면서 늦은 저녁을 시켜 먹으려다가 계엄령 소식에 다들 서둘러 귀가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뉴스1

자영업자들은 각종 정책 자금 등 정부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각종 지원책이 기약 없이 미뤄지거나 무위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후 해제에 따라 이날 오전 예정됐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 역시 취소됐다. 이 자리는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된 생업 4대 피해 구제와 지역 상권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취약 소상공인의 금융안전망을 강화하고자 마련됐던 자리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대금 결제 등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에 대출이나 정책 자금이 하루 이틀 미뤄지는 것에 따라 타격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