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에 익숙해진 외국인들이 기상천외한 방법의 레시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주목받는 것은 ‘쌀’입니다. 쌀이 한국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korean rice’, ‘korean rice recipes’ 등의 검색어가 바이럴(입소문을 통해 화제가 되는 방식)을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쌀로 밥을 짓는 수준을 넘어 김치볶음밥을 만들거나, 약과나 가래떡 등 전통 음식을 만드는 영상이 공유됩니다. 최근에는 꿀떡을 우유에 부어 먹는 ‘꿀떡 시리얼’이 인기입니다.
쌀의 인기는 먹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밥을 갈아 스킨케어에 활용하는 방법이 ‘케이(K)뷰티’라는 태그와 함께 SNS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인 꿀떡 시리얼은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는 서양 방식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에서 꿀떡 시리얼이 인기몰이를 하자 국내에 이런 레시피가 ‘역수입’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왜 외국인들이 피자에 파인애플을 올리거나 커피에 우유를 타면 질겁하는지 알겠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많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선 ‘꿀떡을 가위로 살짝 자르면 우유가 잘 스며들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내용이나 우유에 얼음을 부숴 넣어 더 차갑게 먹는 방법, 귀리로 만든 오트밀크(oat milk) 또는 초콜릿 우유 등을 부어 먹는 방법 등이 SNS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떡이나 쌀과자 등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2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쌀을 활용한 간식에 대해 해외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쌀이 해외에서 화제인 이유는 K푸드 열풍 때문인 것도 있지만 ‘글루텐 프리’가 주목받는 상황과도 겹쳤습니다. 글루텐은 밀이나 보리 등의 곡물에 존재하는 식물성 단백질로, 밀가루를 가공·조리할 때 사용되는 기본 성분입니다. 일부 사람에게는 소화장애나 민감증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북미와 유럽 등 서구 지역에 글루텐 민감증 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글로벌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 현황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세계 글루텐 프리 식품 시장은 99억6200만달러(약 13조6778억원)로 전년 대비 8.1% 성장할 전망입니다. 지난 2019년 67억7430만달러(약 9조3011억원)과 비교하면 47% 증가한 수치입니다.
아울러 SNS에서는 쌀을 활용한 피부관리 방법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 쌀 스킨케어’(koreanriceskincare), ‘한국 쌀 마스크팩’(koreanricemask) 등으로 검색을 하면 유명 인플루언서부터 일반 SNS 이용자들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쌀을 스킨케어에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쌀을 쪄서 꿀과 섞어 마스크팩을 만들거나, 밥에 물을 붓고 곱게 갈아서 팩을 하는 식인데, 100만 뷰를 훌쩍 넘는 영상들도 쉽게 눈에 띕니다. ‘쌀로 만든 마스크팩을 하고 여드름이 가라앉았다’, ‘피부가 촉촉해졌다’는 후기들이 많습니다. 국내에선 ‘쌀뜨물로 세수하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속설은 있지만, 실제로 쌀을 활용해 홈케어를 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해외에서 오히려 관심이 더 높은 셈입니다.
쌀을 재료로 만든 화장품을 바르고 비교하며 소개하는 영상도 여럿 나옵니다. 조선미녀라는 브랜드는 쌀을 원료로 한 화장품을 주로 만듭니다.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외국인 사이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외국인들이 단순히 K뷰티에 관심을 갖는 수준을 넘어 제품을 실제로 여럿 사용해 보고 제품에 대해 잘 알게 되는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한국에 유학이나 연수를 오는 외국인이 많아 한국 문화를 배워가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채식 문화가 건강하면서도 활용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나 쌀과 꿀이 피부에 좋다는 속설까지 습득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문화의 좋은 점을 배워가는 데 그치지 않고 서양의 방식과 융합해 그들이 편리한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K푸드와 K뷰티 열풍이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