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한 가운데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 식품 계열사 수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식품군에 대해 ‘안정’을 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당장 해외 시장 확대, 신성장동력 발굴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 ‘롯데맨’ 이영구·박윤기, ‘외부수혈’ 이창엽 모두 살았다
29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회장,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사장과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의 연임이 확정됐다.
이영구 부회장은 식품군HQ를 이끌며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롯데GRS 등 전반 사업을 총괄한다. 1962년생으로 1987년 롯데칠성음료 물류기획실에 입사해 36년간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에 몸담은 ‘롯데맨’이다.
그는 그룹 식품군 내 굵직한 통합 작업을 연이어 성공시킨 인물로 꼽힌다. 2019년에는 음료와 주류사업 부문의 통합대표를 지냈고 2022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작업을 이끌었다. 성과도 냈다. 롯데칠성음료 부문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적자였는데 이 부회장의 손을 거치고 2021년에는 4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당시 영업이익은 245억원이었다.
이창엽 부사장의 연임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이사는 창사 이래 처음 외부에서 영입한 대표이사다. 롯데그룹은 순혈주의 문화가 강한 만큼 이번에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결국 연임에 성공했다. 이 부사장은 2022년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롯데웰푸드(당시 롯데제과) 대표이사로 롯데그룹에 발을 디뎠다. LG생활건강 부사장, 한국코카콜라 대표이사 등의 경력이 있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롯데칠성음료에만 30년 몸담아 온 인물이다. 누구보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대표이사 발탁 당시 롯데칠성음료에서 전무급이 대표이사를 맡은 첫 사례이자 50대 젊은 피로 주목받았다. 소주 시장에서는 ‘새로’, 음료 시장에서는 ‘제로’ 열풍을 주도했다.
◇ 연임 배경 두 가지는 선방한 실적·산적한 과제
이들 ‘식품 3인방’의 연임 배경으로는 실적이 탄탄했다는 점이 꼽혔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4조 클럽에 입성했다. 작년 매출액은 4조664억원, 영업이익은 177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57.5%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박윤기 대표 취임 첫해부터 매출이 늘었다. 2023년에는 매출이 3조2247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가 매출 3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1년 매출 2조원 달성 이후 12년 만이다.
산적한 과제가 많다는 점도 연임 배경이다. 롯데웰푸드는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장 내년 인도 푸네 지역에 신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인도 빙과 업체 ‘하브모어 인수 후 처음으로 지은 공장이다. 롯데웰푸드는 인도의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다른 아시아 국가 대비 낮은 편이라 앞으로 성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
과자 브랜드 ‘빼빼로’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특명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빼빼로를 2035년까지 1조원 브랜드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일단 지난해 기준 27% 수준인 빼빼로의 해외 매출 비중을 40%까지 늘릴 계획이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합병하면서 생산 설비 효율화 작업도 아직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제빵공장 1곳을 줄였고 2025년 상반기까지 육가공 공장 1곳, 2026년 상반기까지 건과 공장 1곳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가동이 중단된 공장은 자산 유동화를 거쳐 중장기 해외 인수합병(M&A)이나 주주환원 등에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칠성의 과제도 비슷하다.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은 36%인데 이 비중을 오는 2028년까지 45%까지 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밀키스, 처음처럼 등 주력 제품을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기식 소재 개발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내용도 중요한 사업 계획 중 하나다. 고부가가치 시장이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사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제로(Zero·무가당) 트렌드와 케어푸드, 비건푸드, 고단백 식품 등이 인기를 끄는 만큼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소비 침체와 원가 부담, 판촉 경쟁 심화 등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해야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