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그룹에서 부동산개발을 담당하는 교원프라퍼티가 반려동물용품·헬스케어 벤처기업 베르그앤릿지와 기술 침해 여부를 둘러싼 갈등을 빚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신고 접수에 따라 기술 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주관 행사에서 인연을 맺어 올해 초부터 협업 기회를 모색해 왔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교원프라퍼티의 베르그앤릿지 기술 침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담당 조사관을 배치했다. 조사 기간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개월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베르그앤릿지는 올해 초 교원프라퍼티의 반려동물 호텔 ‘키녹’ 개장에 앞서 사업 협업을 전제로 사내 노하우 등을 공유했다. 그러나 교원프라퍼티가 자사 정보만을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교원프라퍼티는 사업 협업 기회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접점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교원프라퍼티는 지난해 12월 호텔체인 ‘스위트호텔 경주’를 반려동물 호텔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스위트호텔 경주는 ‘키녹’이라는 반려동물 호텔로 재단장해 지난 8월 말 개관했다.
벤처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산하의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연을 맺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만날 경우 기술 침해 행위 갈등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에 참여하는 대·중견기업은 사업 기회 모색뿐 아니라 상생의 관점에서 참여하는 면이 강해 기술 침해 행위를 둘러싼 갈등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베르그앤릿지와 교원프라퍼티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해 12월 만든 비공개 IR행사(2023 Agri-ESG Innovation Day)를 통해 만나게 됐다. 이 행사는 농식품·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스타트업의 투자 기회 확대를 위한 것이었다. 베르그앤릿지는 경쟁을 거쳐 교원그룹과 일대일로 연결됐다.
이를 두고 베르그앤릿지는 교원프라퍼티가 펫 호텔 객실 운영에 관한 노하우가 필요하던 차에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서울경제창조혁신센터 행사에 참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웅 베르그앤릿지 대표는 “교원프라퍼티가 펫 호텔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가져간 후 사업 협업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면서 “협업을 논의할 때 스타트업이 대·중견기업에게 먼저 비밀유지계약(NDA) 등을 요구하긴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원프라퍼티는 “올해 초 두 차례 미팅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협업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을 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협업 관련 계약을 체결하거나 실증사업(PoC)비용 지급을 약속하거나 이를 빌미로 영업비밀을 요구한 사실이 없었다. 베르그앤릿지는 자사의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키녹 사업에 어떻게 악용했다는 것인지에 대한 소명과 입증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중견기업의 수요에 맞춰 이에 걸맞은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일대일 비지니스 미팅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두 회사를 연결한 이후로 진행되는 비밀유지계약 체결이나 협약, 계약 등은 센터에서 구체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스타트업에게는 영업 비밀이나 기밀사항,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적 아이디어 등은 제외하도록 사전 안내하고, 대·중견기업에게는 기술·아이디어 탈취 및 관련 법률 등에 대한 변호사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 방향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스타트업 혁신 기술 보호·구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협상·교섭 과정에서의 기술 요구·제공에 관한 법적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위탁거래 관계에서만 의무였던 비밀유지계약을 협상·교섭 같은 모든 양자 관계로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