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이 부쩍 체감되는 실적 발표 시즌이다. 식품회사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해외 사업에 일찌감치 눈돌린 기업들만 겨우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거나 국내 사업 비중이 컸던 기업의 실적은 예년보다 안 좋았다.

그래픽=정서희

① 불닭 날개단 삼양, 삼양이 부러운 오뚜기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실적은 독보적이었다.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액 4390억원, 영업이익 8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1%, 101% 증가했다. 이미 3분기에 작년 전체 실적을 넘어섰다.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한 해외 사업부문이 효자였다. 해외 매출을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한 3428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해외 판매법인을 필두로 현지화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삼양식품은 최근 인도네시아 법인과 유럽 법인을 신설하고 안착시킨 데다가 밀양2공장 가동으로 물량도 늘릴 수 있는 만큼 한동안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삼양식품을 식품주 중 대표주자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 정한솔 애널리스트는 “밀양 2공장은 1공장 가동 경험을 토대로 초기 가동률이 빠르게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큰 폭의 외형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업종 내 최선호주로 보고 목표주가를 올려잡는다”고 했다.

내수 부진을 메울 해외 사업부문이 약한 오뚜기의 실적 타격이 컸다. 오뚜기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904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6억원으로 23.4% 가량 줄었다.

오뚜기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판매관리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판매 촉진을 위한 행사 등에 나섰다는 뜻인데 이를 힘입어 그나마 국내 매출이 1.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유통업계에서는 오뚜기가 해외 매출에서 승산을 보여야 내수 부진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3분기 기준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이 소폭 늘었다. 2분기까지는 매출 대비 해외 비중이 9.6%였는데 3분기엔 10.3%를 기록했다.

② 해외 사업으로 숫자 겨우 맞췄다

식품업계의 형님 격인 CJ제일제당은 해외 사업부문 덕분에 그나마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사업 매출이 6.1% 줄어든 것의 영향이 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줄었다는 건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라면서” 먹거리에 대한 지출마저 줄였다는 뜻으로 내수 부진의 그림자가 짙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나마 해외사업 매출이 5% 가량 오르면서 외형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해외 매출은 1조4031억원으로 5.1% 늘었다. 유럽 매출이 40% 증가했고 대형마트 체인 판매가 확대된 오세아니아 지역 판매도 24% 늘었다.

유통업계에선 내수가 부진에 따른 매출 부진을 행사 등 판매관리비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원가 부담으로 이미 영업이익이 많이 줄어서다. CJ제일제당 국내 식품사업의 영업이익(1613억원)은 원가 부담으로 벌써 31.1%나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을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풀자니 소비자 이탈이 두렵고 비용을 써서 판매를 촉진하자니 영업이익률이 많이 떨어졌고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 대형마트에 오리온 초코파이가 진열된 모습/오리온 제공

③ 오리온·농심의 탄식… ‘중국 너마저’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냈던 오리온과 농심은 중국 부문에서 부진했던 것이 뼈아프다. 오리온 중국 법인의 3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줄어든 3223억원, 영업이익은 12.7% 줄어든 635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의 중국사업 부문 매출은 21% 가량 줄었다. 중국 현지의 소비심리도 그리 좋지 못해서다.

정한솔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중국 소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면서 농심의 목표주가를 53만원에서 48만원으로 낮춰잡았다.

중국을 대신해 베트남이나 러시아 등 새로운 시장이 성장세를 보였지만 한국과 중국 사업에서의 부진을 대체하기엔 아직은 규모면에서 역부족이다. 오리온 러시아 부문의 매출은 27.6%, 베트남 부문의 매출은 3.5% 가량 늘었다. 농심 해외 법인의 매출은 베트남(20.4%), 호주(15.4%), 일본(20.3%), 미국(1.4%) 순으로 높았다.

오리온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7749억원, 영업이익은 3.6% 감소한 1371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의 3분기 매출은 8504억원으로 0.6% 줄었다. 영업이익은 3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