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밀어주는 신흥국, 카스트 제도, 심한 빈부격차…’
인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입니다. 이리저리 뜯어봐도 ‘명품’이라는 단어는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도 명품시장 안팎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인도에서 사랑받았던 장인이 만든 명품은 미국, 싱가포르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명품 사랑’하면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도 포함입니다.
또 프랑스·이탈리아 명품회사들은 인도 소비자 사로잡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두 인도 경제가 발돋움하면서 생겨나는 일입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170년 이상 전통을 가진 인도 주얼리 하우스 ‘더 젬 펠리스’의 팝업스토어를 분더샵 청담에 선보였습니다. 더 젬 펠리스는 미국 뉴욕의 럭셔리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맨’의 럭셔리 주얼리 부문 간판 브랜드입니다.
더 젬 펠리스는 무굴 황제들의 왕식 보석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과거 자이푸르 마하라자(왕)가 하던 보석으로도 유명합니다. 1852년 인도 자이푸르 지역에서 탄생해 “9대째 이어져 오는 유서 깊은 주얼리 하우스”라는 수식어구가 인도와 어우러져 신비함을 더합니다.
이번에 판매하는 가장 비싼 보석은 11.7캐럿의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팔찌로 가격은 최고 7억원 수준입니다. 신세계 관계자는 “희소하고 차별화된 주얼리를 찾는 고객을 위해 마련했다”면서 “해외에선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앤티크 주얼리를 잘 구현하는 브랜드”라고 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지난달에는 초고가 카페트인 ‘인도 자이푸르 러그’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소개됐습니다. 인도 6개 주에서 4만명의 장인이 수공예로 생산하는 고급 카페트입니다. 지금은 창업주의 딸이 회사를 이끌면서 인도를 너머 이탈리아 밀라노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사세를 확장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생각보다 소비자 반응이 좋아서 매장 기간을 연장했다”고 했습니다.
국내에 속속 인도 명품이 소개되는 이유는 품질이나 브랜드 역사를 소개할 때 납득 가능한 수준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품질 측면에서는 이미 제조가 외주화된 명품보다 더 좋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아직까지 진짜 장인으로 불릴 만한 이들의 수공예 비중이 높아서입니다.
매장에서 380만원 상당에 판매되는 LVMH그룹 크리스챤 디올의 가방 원가가 8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도 됩니다.
또 인도 명품에 대해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쉽게 말해 “이야기가 된다”고도 말합니다. 인도는 예전부터 명품 시장이 존재했습니다. 카스트 제도 영향으로 최상위 계층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혼삿날엔 쌓아놓은 부를 과시하는 문화가 있어 화려함이 배가됐습니다. 그 수요는 최근까지도 있기 때문에 장인도 그만큼 많이 현존합니다.
시장을 넓혀가는 인도 명품이 있다면 인도 시장을 파고드는 해외 명품사도 있습니다. 케링그룹의 구찌는 지난해 처음으로 볼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영화배우 알리아 바트(인도 여배우)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습니다. LVMH의 루이비통은 한발 앞선 2022년 5월에 인도 모델 겸 영화배우 디피카 파두콘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습니다.
인도는 슈퍼리치(초고액 자산가)가 꾸준히 늘고 있는 시장입니다. 중국의 부호 전문 연구기관인 후룬리서치가 2024년을 기준으로 발표한 보고서(360 One Wealth Huron India Rich List 2024)에 따르면 순자산 100억루피(1645억)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가 153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초고액자산가가 1500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도 슈퍼리치의 삶은 말 그대로 화려합니다. 인도 최고 재벌로 꼽히는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은 지난 7월에 사흘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 결혼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글로벌 재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습니다. 이 결혼식에 들어간 비용만 약 3억2000만달러(약 4400억원)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으로 명품을 소비해 줄 중산층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NCAER(National Council of Applied Economic Research)에 따르면 인도 중산층은 매년 8.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인도의 중산층 규모는 약 3억7100만명 이상. 이들이 명품 가방과 옷을 하나씩만 구매한다고 해도 시장은 충분히 큽니다.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인도가 ‘비욘드 차이나’로 갈까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전망처럼 2037년이면 인도가 중국을 추월하는 수준이 되면 그 시장이 더 화려하게 꽃피울 수도 있습니다. 인도가 정말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명품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화려함에서 뒤지지 않는 인도 장인들이 만든 명품이 어디까지 성장해 나갈 지도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