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 프레딧뷰티의 NK7714 앰플. /hy 제공

식품업계가 잇달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케이(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 하이트진로도 K뷰티 진출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 그룹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 서영이앤티는 가공식품 도소매업과 맥주 냉각기를 제조하는 종합 식품 기업이다. 사측은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앤비코리아는 달바, 메디큐브, 더마팩토리 등을 거래처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42억원,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4%, 52%씩 성장했다. 올해는 매출 73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종합 식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삼양사의 클린 뷰티 브랜드 어바웃미. /삼양사 제공

삼양그룹은 2012년부터 화장품 계열사 삼양사(145990)를 통해 기초 화장품 브랜드 ‘어바웃미’와 ‘메디앤서’를 운영 중이다. 어바웃미는 제조 과정에서 화학물질 등 유해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클린(친환경) 뷰티 브랜드를, 메디앤서는 기능성이 있는 더마 화장품을 지향한다. 삼양사는 또 덴마크 잡지 ‘킨포크’가 출범한 화장품 브랜드 ‘킨포크 뷰티’를 관계사로 두고 있다.

삼양사 관계자는 “메디앤서의 경우 최근 콜라겐 마스크팩이 인기를 끌고 있어 해당 상품군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2016년 화장품 관련 계열사 KGC라이프앤진을 인수한 후 홍삼을 원료로 한 화장품 ‘동인비’와 비건 화장품 ‘랩1899′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서 2025년까지 글로벌 헬스 앤 뷰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홍삼 외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등 신사업을 육성해 해외시장을 공략한다고 밝힌 바 있다.

풀무원(017810)은 자회사 풀무원건강생활을 통해 ‘이씰린’을 전개한다. 검정콩에서 추출한 소이 이소플라본을 원료로 만든 화장품이다. 방문판매 유통 채널인 그린체 헬스어드바이저와 자사 홈페이지에서 판매한다. hy는 ‘프레딧 뷰티’를 운영 중이다. 자체 개발 원료인 피부유산균7714 앰플, 크림, 세안제 등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운영하는 등 고객 접점도 확대하고 있다.

동인비 자생스페셜 기획세트. /KGC인삼공사 제공

◇ 영업이익률 높지만 과거 실패 사례도

식품업계가 화장품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이유는 부가가치가 높아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식료품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1%로 제조업 평균 5.7%에 못 미친다. 반면, 화장품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식품 사업을 통해 터득한 기술력을 화장품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KGC인삼공사는 홍삼을 원료로, 풀무원은 두부 사업을 통해 얻은 자체 개발 원료로, hy는 유산균을 원료로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화장품이 해외 진출에 유리한 아이템이란 인식도 뒷받침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85억 달러로 전년보다 6%가량 증가했다. 이는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다만, 이미 레드오션이 된 화장품 시장에서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다. CJ제일제당(097950)은 2016년 화장품 원료 전문 브랜드 ‘엔’그리디언트(N’gredient)’를 선보였으나,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2018년 사업을 철수했다.

대상은 2020년 지주사 대상홀딩스(084690)의 자회사 디에스앤을 통해 뷰티용품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파는 ‘일공공랩스(100LABS)’ 출시하고 자사 온라인몰을 열었으나, 지난해 해당 몰을 중단했다. 현재는 대상웰라이프에서 1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중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식품 사업을 통해 얻은 원천 기술력을 활용해 건강기능 식품이나 화장품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도 “화장품 시장 경쟁이 치열해 규모를 키우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