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다음 달 7일부터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유통 업계에서도 여러 기업이 국감장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마찰이 있고,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배달 플랫폼들은 무료 배달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면서 외식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밖에도 국감 단골 소재인 갑질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유통 기업들도 여럿 있다.

입점 업체에 수만 곳 등에 1조3000억원의 피해를 준 티몬·위메프의 판매 대금 정산 불능 사태는 법원에서 회생 결정이 났지만, 소관 부처인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감사 요구가 커지고 있어 관련 부처에 대한 집중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양범수 기자

◇ 배달앱 사태부터 알고리즘 조작, C커머스 소환 검토

19일 정치권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배달 수수료 논란과 관련해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대표이사 등을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배달 시장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배민이 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인상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를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배민배달(배민 자체 라이더를 통한 배달) 중개 수수료를 9.8% 인상했다. 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종전 대비 3%포인트 올린 것으로, 경쟁 애플리케이션(앱)인 쿠팡이츠(9.8%)·요기요(9.7%)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외식업계는 이들 배달앱의 시장 점유율이 96%를 넘는 수준으로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중개 수수료율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입점 업주들과 협의가 없는 것은 부당하다며 수수료 인상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들 앱이 경쟁을 벌이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입점 업체에 떠넘기는 꼴이라며 이로 인해 외식물가 인상 역시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결성한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는 배달앱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공정위도 배민의 수수료 인상 발표 이후 배민을 비롯해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운영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한 만큼 오는 국감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질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쿠팡은 쿠팡이츠와 더불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우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국감장에 불려 나올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이와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16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쿠팡의 PB 상품 자회사인 CPLB는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플랫폼 업체 가운데 짝퉁·유해 상품 논란이 일었던 알리익스프레스(알리)도 국감 소환 가능성이 크다. 알리는 지난해에도 같은 논란으로 국감장에 불려 나와 “자원·인력·기술을 투입해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올해도 기준치 초과 유해 물질 및 발암 물질 검출·중금속 검출·불량 상품·짝퉁 등의 논란이 여전한 상태다.

다만, 이들 플랫폼 업체의 대표들이 국감장에 불려 나오더라도 원활한 질의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들 업체 대표들이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모두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이끄는 수장은 현재 피터얀 반데피트 임시 대표다. 반데피트 임시 대표의 국적은 벨기에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반데피트 임시 대표 체제를 연말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올해 배달 플랫폼 이슈가 컸던 만큼, 배달 시장 점유율 1위 플랫폼사(社) 대표의 국감 증인 소환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알리의 레이 장 한국 대표도 국감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국적은 중국이다. 업계에서는 장 대표가 이번 국감 증인으로 나서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지난해 국감에서 겪은 곤욕스러운 상황을 아예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 장 대표는 “알리 한국 거래량 대비 가품으로 인한 이의제기 건수는 0.015%에 불과하다”고 했다가 국감 당일에도 버젓이 가품이 판매되는 게 확인되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래픽=손민균

◇ 티메프 초점은 ‘해결책 마련·재발 방지’… 갑질도 도마 위

거래 대금 지급 불능 사태로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티몬·위메프는 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만큼 국감장에 불려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태 책임자인 구영배 큐텐(Qoo10) 그룹 회장과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이 지난 7월 말 국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하기도 했고, 검찰이 소환 조사를 진행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정부와 국회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원책을 내달라고 요청하는 만큼 각 부처의 후속 조치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부는 1조6000억원을 투입해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필두로 큐텐 그룹 산하 쇼핑몰인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AK몰 등에서 미정산 피해를 본 판매자들에게 낮은 금리의 대출이나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피해 업체들은 기존 정책자금과 차이가 없는 금리, 신용도에 따른 대출 규모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또, 금감원 티몬의 경영개선협약 이행 점검 결과 등에 따른 적절한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고, 금융위원회 역시 전자금융업자 대상 경영지도에 실효성이 없다는 금감원 지적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등 티메프 사태 발생을 방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커머스 플랫폼 관리에 소홀했다는 것으로, 이와 관련한 지적 역시 국감장에 오를 전망이다.

입점 업체를 상대로 한 플랫폼의 갑질도 논란인 만큼 국감장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2월 다른 납품업체가 경쟁사의 판촉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혐의로 공정위에서 19억원의 과징금을 받았으나, 이달 같은 혐의로 또 공정위의 조사를 받게됐다.

무신사 역시 입점 브랜드의 타 플랫폼 입점을 제한하고 자사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수준으로 가격책정과 재고관리를 하게 했다는 의혹으로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았다. 플랫폼 업체의 비슷한 ‘갑질’ 이어지는 상황에서 감독 당국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관련 부처 역시 질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돈볼카츠 사태로 대표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문제도 국감장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들은 가맹본부인 더본코리아가 허위·과장된 정보로 가맹점을 모집하였음에도 물품 가격 인하나 판매 가격 인상 등 책임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본부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 밖에도, 맘스터치·BHC·푸라닭·청년피자 등의 점주들 역시 가맹점주와 본부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국회에 요청하고 있는 만큼 관련한 내용이 국감장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국회 관계자는 “각 상임위원회별로 증인·참고인 명단을 취합하고 있으나, 아직 시일이 남은 만큼 확정된 사안은 없는 상태”라면서 “각 위원들이 다양한 자료를 검토한 뒤 질의 내용은 물론 증인·참고인 출석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