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은 얼핏 놀이공원 롯데월드가 방문객에게 던지는 물음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삼성물산(028260) 리조트 부문이 운영하는 놀이공원 에버랜드가 단골들에게 한 질문이다.

11일 레저업계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지난달 말 공식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주로 주요 어트랙션(놀이기구) 만족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귀하께서는 에버랜드의 스릴형 놀이기구 체험에 대한 만족도를 0점으로 평가했습니다. 향후 에버랜드에서 ‘롤링 엑스 트레인(환상특급)’이 없어진다면, 에버랜드의 스릴형 놀이기구 체험에 대한 만족도는 어떻게 될까요?”

이어 새 놀이기구 도입에 대한 희망을 자극했다.

“만약 ‘롤링 엑스 트레인’을 대신해서 ‘T익스프레스’ 수준의 체험감과 규모를 가진 다른 롤러코스터가 도입된다면, 향후 에버랜드를 방문하는 데 영향이 있을까요?”

에버랜드는 1976년 개장한 국내 최대 규모 놀이공원이다. 당시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황토 산지 20만 평 부지에 ‘용인자연농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개장 이후 국내 최초 사파리, 장미축제, 눈썰매장(1988년), 물놀이장 캐리비안 베이(1996년) 같은 레저 시설과 체험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방문객 수는 약 2억7000만 명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 5번 정도 에버랜드를 찾은 셈이다.

최근에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중심이 된 판다월드가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푸바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연 번식한 판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태어났다.

2021년 1월 4일 관람객들에게 처음 얼굴을 알렸고, 올해 3월까지 1155일 동안 550만 명이 푸바오를 보기 위해 에버랜드를 찾았다.

그래픽=손민균

그러나 올해 4월 에버랜드는 푸바오를 중국에 반환했다. 푸바오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소유권은 중국에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전 세계에 약 1800마리의 판다만 남아있어 종 번식을 위한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푸바오가 3세 생일을 맞은 지난해 7월부터 중국 측과 반환 문제를 협의했다.

푸바오 반환을 앞뒀던 1분기, 에버랜드는 매출 1260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1분기 매출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날이 따뜻해지기 전인 1분기는 놀이공원의 비수기다. 전문가들은 푸바오가 중국에 돌아가기 전 에버랜드에 송별객이 몰리면서 비수기 손실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이제 에버랜드는 푸바오 없이 성장세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에버랜드는 내후년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앞서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에버랜드는 대표 놀이기구였던 지구마을을 새로 단장하기로 했었다. 동시에 간판 롤러코스터 독수리 요새를 대신해 아쿠아리움을 구비한 대형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도 세웠었다. 하지만 지구마을 재개장은 무산됐다. 호텔 건설 계획도 사라졌다.

대나무를 먹고 있는 푸바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제공

◇ 푸바오 떠난 에버랜드, 놀이기구 새 단장 고민

이렇듯 에버랜드는 롯데월드, 경주월드 같은 국내 다른 놀이공원 경쟁사보다 놀이기구 유행을 따라가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2015년 썬더폴스(후룸 라이드) 도입 이후 근 10년째 새 놀이기구를 들이고 있지 않았을 정도로 놀이기구 노후화가 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설문조사에서 철거 여부를 물었던 롤링 엑스 트레인은 1988년 설치된 놀이기구다.

경쟁사 롯데월드에는 2000년 이후로 잠실 롯데월드에 아트란티스, 자이로스윙, 자이로드롭 같은 간판 놀이기구가 들어왔다. 올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손잡고 아트란티스를 평행 현실로 구현했다. 2022년 문을 연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은 세계에서 주목받는 최신 놀이기구들로 꾸몄다.

아세아시멘트의 자회사 경주월드 역시 2010년대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롤러코스터에 있어서는 국내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경주월드가 보유한 대형 롤러코스터 가운데 드라켄과 발키리는 각각 2018년, 2021년 개장했다. 드라켄은 국내 최초 수직낙하 롤러코스터로 낙하 높이가 국내 롤러코스터 가운데 가장 높다.

일부 놀이공원 팬들은 이런 점을 들어 ‘접근성은 롯데월드, 놀이기구는 경주월드, 에버랜드는 동물원’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놀이기구는 놀이공원 경쟁력을 구성하는 주축이다. 특히 롤러코스터 같은 대형 놀이기구는 놀이공원을 상징하는 이정표로 여겨진다. 공사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수백억원을 들여야 한다. 현재 에버랜드에서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 T익스프레스는 2008년 제작 당시 36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에버랜드가 새 대형 놀이기구로 푸바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경쟁사를 포함한 적극적인 설문조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저업계 관계자는 “에버랜드가 자랑하는 롤러코스터 T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안전에 대한 우려로 장기 운행 정지에 들어간 적도 있다”며 “대형 놀이기구 특성상 제작과 건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T익스프레스를 넘어설 새 놀이기구 유치 계획이 필요하다. 상당 부분은 이미 확정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