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위스키 브랜드 맥캘란을 판매하는 애드링턴이 한국 시장에 자사의 대표 제품인 셰리 오크 제품에 대한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4일 밝혔다. 맥캘란은 품질 유지를 목적으로 ‘소량 생산’을 고집하고 있는데, 한국의 위스키 시장 성숙과 규모 증가에 맞춰 보다 더 많은 양을 분배하겠다는 것이다.

하이메 마틴 애드링턴 북아시아 지사장. /양범수 기자

하이메 마틴 애드링턴 북아시아 지사장은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벤틀리타워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셰리 오크 제품의 공급량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년 숙성 제품을 많이 만들지는 않겠지만, 15년 또는 18년 숙성 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도 했다.

맥캘란은 코로나19 확산기에 불었던 위스키 열풍으로 국내에서 인기가 치솟은 대표적인 위스키 브랜드다. 대표적인 입문용 셰리 위스키(셰리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서 숙성된 위스키)로 꼽히던 맥캘란 셰리 오크 12는 코로나19 이전까진 10만원 이하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품귀 현상이 빚어지며 10만원 후반대로 가격이 치솟았고 현재는 10만원 중반대에 팔린다.

마틴 지사장은 “당연히 공급을 늘리고 싶으나, 자연적인 한계가 있다”고 했다. 맥캘란이 원액을 숙성하는 오크통은 유럽참나무로 이를 오크통으로 만들려면 수령이 90년 정도는 되어야 한다. 맥캘란은 1824년 스코틀랜드 북동부에 증류소를 등록한 이후 200년간 위스키를 만들고 있다. 숲이 재생할 수 있을 정도로만 벌목을 해야 하기에 공급량을 무작정 늘리긴 어렵다는 것이다.

마틴 지사장은 “이런 자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맥캘란 더블 캐스크 제품군”이라고 했다. 원액 숙성 과정에 유럽참나무와 함께 미국참나무로 만든 오크통도 활용해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마틴 지사장은 “미국참나무는 수령이 30~40년만 되어도 오크통을 만들 수 있다”면서 “절반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마틴 지사장은 생산량 증대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 품질을 꼽았다. 그는 “셰리 오크 제품을 만드는 오크통은 제품의 품질 유지를 위해 두 번만 쓰인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결정은 맥캘란이 품질 유지를 위해 제품을 덜 만들자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에르메스나 파텍필립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최고의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마틴 지사장은 2018년 맥캘란이 증류소 증설을 완료했음에도 이러한 생산량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증류소는 두 개의 큰 공간으로 이뤄져 있지만, 지금까지도 한 곳만 가동하고 있다”면서 “생산량 증대에는 참나무의 수령은 물론 오크통과 이를 저장할 창고 등 제반 사항도 따라주어야 한다. 긴 시간에 걸쳐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맥캘란은 증설 이후 연간 1500만ℓ의 알코올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 제품의 용량이 750㎖인 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연간 2만병 분량의 원액을 만들어 숙성하기 시작할 수 있음에도, 지금까지는 최대 1만병 분량의 원액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마틴 지사장은 단순한 생산량 증대를 위해 원액 숙성에 버번 등 다른 오크통을 사용할 계획도 현재는 없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트리플 캐스크라는 제품군으로 그런 시도를 한 적이 있으나, 브랜드 독창성을 유지하고 품질을 보존하기 위해 셰리 오크를 사용하기로 했다”면서 “지금은 부분적으로 특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만 다른 오크통을 쓴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매장. /연합뉴스

◇ “싱글몰트 수요 증가하는 韓… 매출 상위 5개국”

이처럼 생산량을 극도로 통제하고 있음에도 한국 시장에 더 많은 제품을 공급하기로 한 것은 맥캘란 입장에서도 한국 시장의 규모가 큰 데다, 성장세도 빠르기 때문이다. 마틴 지사장은 “서울은 애드링턴의 10대 핵심 도시이며, 한국은 매출 규모로도 상위 5개 국가에 든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주류 시장이 성숙해 가며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고도 했다.

주류 업계에서는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2020년에는 국내로 수입되던 싱글몰트 위스키가 약 8만~9만케이스(72만~81만ℓ)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약 26만케이스(234만ℓ)가 수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년 사이 시장 규모가 3배로 증가한 것이다. 맥캘란의 시장 점유율은 약 10%로 알려져 있다.

맥캘란은 애드링턴코리아가 철수한 이후 2020년 5월부터 디앤피스피리츠가 공식 수입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20년 122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59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디앤피스피리츠가 2020년 이후 기록한 누적 영업이익도 122억원에 달한다.

전체적인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 역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는 2021년 24억3110만달러(3조2540억원)에서 지난해 43억620만달러(5조7638억원)로 약 77% 증가했다.

마틴 지사장은 “맥캘란은 제품 공급이 제한적이기에 어느 시장에 제품을 유통할지 매우 신중하게 선택한다”면서 “고품질과 장인정신에 대한 공감, 럭셔리 제품과의 시장 친밀도 등을 고려하는데 한국은 이런 기준에 부합한다. 그렇기에 (제품 분배에서도) 한국을 우선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 리서치 총괄은 “한국 위스키 시장은 지난 5년간 한중일 국가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면서 “향후에도 보다 하이볼에 어울리는 저렴한 위스키와 새롭게 위스키에 입문한 젊은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고급 위스키 시장이 함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