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타치오 가격이 이게 맞나요? 갑자기 너무 올라서 사질 못하겠어요.”

피스타치오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초콜릿에 피스타치오와 중동식 얇은 국수(카다이프)를 섞어 만든 두바이 초콜릿이 인기를 끌자, 피스타치오를 넣은 디저트가 속속 시중에 출시되면서 생긴 일이다.

값이 너무 오르자 소상공인이 주로 운영하는 소규모 제과점이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피스타치오가 들어가는 메뉴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그래픽=손민균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껍질을 깐 피스타치오(커널 피스타치오)’ 1kg의 가격이 5만원대를 넘어섰다. 불과 5~6월까지만 해도 피스타치오 가격은 3만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한 달 새 60% 넘게 값이 오른 셈이다.

일부 도매상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일부 소상공인들은 ‘트레이더스’와 같은 유통 점포에서 피스타치오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당장 판매 메뉴를 중단할 수는 없어서다.

대용량 상품을 취급하는 트레이더스에 따르면 ‘껍질 없는 피스타치오 400g(무염)’ 판매가 최근 급증했다. 올 6월부터 피스타치오 판매량이 늘기 시작하다가 7월에 고점을 찍었다. 올 7월 트레이더스의 피스타치오 판매량은 작년 대비 16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8월 판매량도 작년 대비 89%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피스타치오를 구하지 못한 일부 소상공인끼리 공수 가능한 점포 정보를 공유해서 겨우 구매하곤 했다”면서 “껍질 없는 피스타치오를 파는 마트가 많지 않아 고생했다”고 말했다. 주로 식자재로 활용되는 껍질 없는 피스타치오는 시중 마트에서 구하기 어려운 편이다. 이마트나 롯데마트·홈플러스는 보통 껍질이 있는 피스타치오(인쉘 피스타치오)만 수입·판매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3)도 “피스타치오 가격이 갑자기 올라서 근방 대형마트에서 피스타치오를 가져와 빵을 만들기도 하고, 껍질을 안 깐 피스타치오를 사와서 일일이 껍질을 까기도 했다”면서 “지금은 수지가 안 맞아서 일시적으로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메뉴를 안 팔고 있다”고 했다.

두바이 초콜릿 인기가 생각보다 거세고 피스타치오를 넣은 과자나 초콜릿, 약과가 꾸준히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되자 이마트도 껍질을 깐 피스타치오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피스타치오를 직접 구해왔다”면서 “트레이더스보다는 용량을 줄인 상품을 10월 초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