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전산망 불법 해킹 혐의로 기소된 박현종 전 bhc그룹 회장이 22일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박 전 회장 도덕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최근 측근과 시도한 매드포갈릭 인수건 역시 적격성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장찬)는 이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법원이 선고한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법원은 공소사실 가운데 정보통신망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고, 개인정보호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 서울 송파구 bhc 본사에서 경쟁사 BBQ 전·현직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BBQ 내부 전산망에 두 차례 접속한 혐의로, 2021년 11월 불구속기소 됐다.

당시 BBQ와 bhc는 치킨 업계 경쟁사로 국제 중재 소송에서 다투고 있었다. 박 회장은 BBQ 내부망에서 소송 관련 서류나 매출 현황 자료 등을 열람하고 이를 내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 치킨 업계 1위 bhc와 2위 BBQ는 원래 한 식구였다. 그러나 2013년 BBQ가 자회사였던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박 전 회장은 2011년 BBQ로 입사했지만, bhc 매각 때 이 회사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그 직후부터 두 회사 간 갈등이 시작됐다.

최근까지 10여 년 남짓 시간이 지날 동안 두 회사가 벌인 민·형사소송은 20건이 넘는다.

bhc는 BBQ가 매각 협상 때 가맹점 숫자를 부풀려 매각 금액을 과도하게 책정했다며 2014년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했다. ICC는 bhc 측 주장을 받아들여 2017년 약 98억원의 배상 명령을 내렸다. 2021년 9월에는 BBQ가 bhc가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낸 1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박현종 전 bhc그룹 회장. /뉴스1

연이은 소송전은 박 전 회장 경영 능력에도 흠집을 남겼다. 지난해 12월 결국 bhc 지주회사 GGS(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는 이사회를 열고 박 당시 회장을 해임했다. 당시 GGS 측은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글로벌 수준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컴플라이언스(윤리경영)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현재 박 전 회장은 서울경찰청 반부패 수사대에서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전 회사 bhc에서 20억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쓰고,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혐의다. 이미 지난해 말 경찰은 박 전 회장의 자택과 bhc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법원은 지난 4월 박 전 회장 자녀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를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배임·횡령 금액이 적지 않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시 실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번 항소심 결과 역시 박 전 회장이 추진하던 인수 건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법조계와 식품업계 전문가는 내다봤다.

박 전 회장은 현재 측근 윤다예 전 bhc그룹 상무를 통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드포갈릭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은 지난달 매드포갈릭 운영사 MFG코리아를 박 전 회장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대금은 5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은 MFG코리아 인수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측근 인사를 내세워 동종 업계 취업 제한 규정과 도덕성 평가를 피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해임되기 전까지 GGS 지분 9%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지분을 팔지 않았다면 제한을 받는다. 그가 이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장기간 경영 공백을 넘어, 인수가 어그러질 가능성이 불거졌다.

아울러 현재 매드포갈릭 운영사인 MFG코리아는 패밀리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 한국 사업권도 갖고 있다. 상표권과 운영권을 모두 아우르는 권리다. 박 전 회장과 그 측근이 MFG코리아 인수를 마무리 지으려면 TGI프라이데이 글로벌 본사가 매각에 동의하고, 승인 해줘야 한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TGI프라이데이 글로벌 본사는 사업권 양도 과정을 엄격하고 깐깐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TGI프라이데이 글로벌 본사는 8월 중순 무렵 한국 사업권 양도에 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이날 현재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옥중(獄中) 경영이라는 개념이 희박하고, 불법 행위 가운데 특히 해사(害社) 행위를 저지른 경영자가 일선에 나서는 일에 민감하다”며 “TGI프라이데이 글로벌 본사 측 판단에 인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