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완화 차원에서 막걸리에 향과 색소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거세다. 쌀, 누룩, 물 만으로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는 소규모 양조장과 전통주 기반 단체들은 물론 국내 최대 막걸리 제조업체인 서울장수막걸리(서울탁주제조협회)도 막걸리에 색소, 향 사용을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장수막걸리 장재준 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탁약주제조중앙회는 “서울은 물론 대구, 부산, 광주, 제주, 인천 등 지역별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막걸리의 향, 색소 사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탁약주제조중앙회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은 공문을 조만간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느린마을막걸리를 생산하는 배상면주가 역시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향과 색소 사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배상면주가측은 “감미료 등의 첨가물 없이 우리 쌀, 누룩, 물로만 만들어야 제대로 된 막걸리라는 고 배상면 회장의 가르침을 기업철학으로 삼고 있고, 또 그렇게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느린마을막걸리는 주세법상 허용된 감미료 사용을 하지 않고 있는 ‘무감미료 막걸리’다.
막걸리에 향과 색소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최근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 들어 있다. 정부는 “그동안 막걸리의 첨가물로 인정받지 못했던 향료와 색소를 앞으로는, 제조 원료로 인정해 주세 부담을 줄이고 신제품 개발을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막걸리에 향과 색소를 넣은 제품은 주세법상 ‘막걸리’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돼 막걸리 명칭을 쓸 수 없었고, 세금 역시 막걸리보다 6~7배 많았다. 그래서 막걸리협회를 중심으로 일부 중대형 막걸리업체들이 막걸리의 색소, 향 허용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우리 농산물로 막걸리를 빚고 있는 크고 작은 양조장들과 전통주 기반 단체들은 일제히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백곰우리술연구소 이승훈 대표는 “색소와 향을 막걸리에 허용할 경우, 더 심한 첨가물의 남용을 낳고, 전반적인 막걸리의 이미지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게 뻔하다”고 말했다.
특히, 막걸리에 향과 색소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지역농산물 소비활성화에도 역행하는 조치라는 의견이다. 가령, 지금까지는 막걸리에 오미자 향을 내려면, 오미자 과즙을 넣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오미자 느낌이 나는 향과 색소를 넣으면 되기 때문에 굳이 비싼 실제 과일을 넣을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