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위스키 증류소 쓰리소사이어티스가 국내 최고가 하이볼을 선보이면서 하이볼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쓰리소사이어티스는 내달 1일 ‘기원 싱글몰트 위스키 하이볼’을 선보이고, 하이볼 시장에 진출한다. 이 제품은 편의점 프랜차이즈 CU와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데일리샷,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주류 전문 매장 보틀벙커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기원은 쓰리소사이어티스가 만드는 국산 위스키 브랜드다. 한국 위스키 역사에 새 시작을 연다는 의미로 시작을 뜻하는 기원(起源)에다 세계적인 위스키로 도약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기원(祈願) 두 단어를 섞어 중의적으로 만들었다.

기원 싱글몰트 위스키 하이볼은 750밀리리터(ml) 대형 맥주병에 담겼다. 캔에 든 다른 브랜드 하이볼과 겉모습이 다르다. 알코올 도수 역시 11도로 높은 편이다. 보통 편의점에서 파는 하이볼은 5~8도 수준이다.

판매점에 따르면 기원 싱글몰트 위스키 하이볼 가격은 한 병에 3만1000원으로 책정했다. 용량이 비슷한 경쟁사 하이볼 제품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파는 하이볼 제품 대부분이 주정(酒精)에 정제수와 설탕, 향료를 사용해 식품유형을 기타주류나 리큐르로 구분한다”며 “이 제품은 위스키에 정제수와 이산화탄소만 넣어 식품유형상 위스키에 속한다”고 말했다.

식품유형상 위스키에 속하면 주세법에 따라 출고가 기준 72%를 주세로, 주세 30%를 교육세로, 여기에 부가가치세 10%를 가산해야 한다. 출고가가 1만 원이면 최소 판매원가는 2만1000원이 넘는 구조다.

쓰리소사이어티스 관계자는 “하이볼 시장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라며 “의미를 살리기 위해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과 탄산수만 사용하고 다른 술, 색소나 향료를 첨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하이볼(highball)은 본래 위스키에 탄산수와 얼음을 타서 마시는 술이다. 최근에는 위스키뿐 아니라 증류주나 주정에 무알코올 음료를 섞은 마실 거리를 통칭한다. 국내에서도 전통주 기반 하이볼이나 고량주 하이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하이볼은 가장 접근성 좋은 편의점 채널에서 수입 맥주나 수제 맥주를 대신할 주류로 떠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편의점을 중심으로 새로운 레디투 드링크(RTD·Ready to Drink) 하이볼 제품 출시가 줄을 이었다. 처음처럼 솔의눈 하이볼이나 레모나 하이볼처럼 익숙한 상품을 살짝 비튼 제품, 프랑스산 VSOP 코냑을 넣은 제품까지 나타났다.

다만 하이볼에 대해선 여전히 정반대 평가가 상존한다. 사치스러운 주류 문화 대명사로 접근성이 낮았던 위스키를 대중화하고 새로운 소비 형태를 만들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에 맞서 하이볼 때문에 전통적이고 순수한 위스키 문화가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렴한 증류주를 희석해 가볍게 마시는 하이볼은 증류소별 개성과 진한 향과 맛을 내세우는 위스키 문화와 동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익숙한 브랜드와 무분별한 협업도 소비자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김주한 미국 블루브릭 바 바텐더는 “편의점에서 4캔에 1만 원이었던 수제 맥주 자리를 지난해 하이볼이 차지했지만, 정작 이 중에서 주정 대신 위스키를 사용한 진짜 하이볼은 거의 없었다”며 “식품 유형과 미묘한 맛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 수준이 올라가면서 프리미엄 하이볼 시장도 서서히 열리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