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홀딩스·LG생활건강·KT·우리카드. 큰 관계가 없어 보이는 기업들이지만, 모두 서울 광화문 인근에 본사가 있는 곳들입니다. 광화문역을 중심으로 반경 600m 안에 있는 이 회사들은 서울시청과 함께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회 공헌 활동 겸 연애 독려 행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들 4개 회사와 1개 기관은 내달 22일부터 2박 3일간 인천 강화군 화도면에서 사회 공헌 활동 겸 연애 장려 행사인 ‘나눔솔로’를 진행합니다. KT에서 기획·주관하는 행사로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았고, 800명 이상이 참가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최측은 신청자 가운데 30~40대 미혼 남녀 15명을 선발해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프로그램은 행사가 진행되는 인근 지역 농가 지원 활동(봉사활동)과 여러 가지 레크리에이션 활동으로 구성됩니다.
아직 세부 프로그램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미혼 남녀가 짝을 찾는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모티브로 한만큼 비슷한 활동들로 채워졌습니다. 가명을 사용하는 참가자들이 오전에는 농촌 봉사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첫인상이 마음에 드는 참가자를 골라 대화의 시간을 갖는 식입니다.
행사는 최종적으로 나는 솔로처럼 서로 간에 본명을 가르쳐준 남녀가 한 쌍이 되는 방식으로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최측은 참가자 선발 역시 여러 검토를 거쳐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신청서에서부터 직무와 직급, 취미·특기·지원동기 등을 적고 본인 사진도 첨부해야 합니다.
주최측은 자신이 직접 참가를 신청하는 것 외에도 사내 미혼 남녀 동료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경우 사진 없이 추천 대상자의 이름과 회사, 소속 부서와 추천 이유 등을 적도록 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피추천자를 선정한 뒤 추천자를 통해 섭외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행사를 진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사회 공헌적 성격도 있는 행사면서 사내 미혼 직원들에게는 사기를 진작하고 리프레시(재충전)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며 “행사를 통해서 결혼 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좋은 게 아니겠냐”라고 했습니다.
정부나 기관·종교 단체가 아닌 기업들이 연애 장려 행사를 열고 자사 직원의 참여를 독려하는 이색적인 모습은 지속해서 하락하는 혼인율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생존과도 연결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낮은 혼인율은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저출산은 내수시장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인구 5명 중 4명가량은 미혼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청년세대 미혼율은 2000년 남성이 62.4%에서 2020년 81.5%로 늘었고, 여성은 47.2%에서 76.8%로 늘었습니다. 전체 혼인 건수 역시 꾸준히 감소해 1997년 38만8960건에서 2022년 19만1690건으로 줄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도 출산 직원에 대한 복지 혜택이 아니라 결혼 직원에 대한 복지 혜택도 강화하고, 사회 전반적인 결혼 문화 장려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2020년부터 축의금과 별도로 결혼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고, 골프존뉴딘그룹도 예식비용과 결혼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그룹은 내달부터 사회적 취약계층에 무료예식패키지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