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74)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 주지홍(46) 부회장이 굵직한 인수·합병(M&A)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수천억원 단위 M&A 두 건에 앞장섰다. 두 건에 사용한 자금을 합치면 6340억원에 달한다.

사조그룹은 지난 24일 연 매출 1조원 규모 식자재·위탁 급식 업체 푸디스트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미국계 전분당업체 사조CPK(인그리디언코리아)에 이어 상반기 두 번째 대형 M&A다. 푸디스트는 현재 전국에 6개 권역 물류센터와 13개 대형 식자재마트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290억원이다.

26일 사조그룹에 따르면 두 M&A는 모두 주 부회장이 주도했다. 주 부회장은 이번 인수 직후 “올해 매출 6조원을 달성하고 5년 내 연 매출 10조원 외형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월 인그리디언코리아 인수 당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그룹 매출 5조를 넘는 외형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이후 3개월 만에 그룹 연 매출 목표를 1조원 더 늘렸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푸디스트를 발판 삼아 식자재 공급과 구매, 그룹 전반에 걸친 제품 포트폴리오와 브랜드 전략을 다양하게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조그룹은 이번 인수로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원양어업에 제분·대두·전분당, 식자재·위탁 급식까지 아우르는 종합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주 부회장 목표대로 사조그룹이 올해 매출 6조원을 달성하면 대상을 밀어내고 CJ와 동원그룹에 이어 식품업계 3위로 올라선다.

그래픽=정서희

주 부회장은 1977년 6월생으로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이후 컨설팅기업 베어링포인트에 입사했다.

경영수업은 2006년 비상장계열사 사조인터내셔날에서 시작했다. 그룹 내에서 사조해표 기획실장과 경영지원본부장 같은 요직을 거친 후, 2015년 사조그룹 식품총괄본부장을 맡아 식품 부문 전체를 이끌기 시작했다.

이듬해 2016년 주 부회장은 국내 3대 제분 기업 가운데 한 곳이던 동아원 인수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주 부회장은 당시 기업개선 작업을 진행하던 동아원을 빠르게 인수해 재무 위기를 정상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주 부회장은 2019년 사조해표와 사조대림 합병 과정도 전면에서 이끌었다. 합병 이후 사조대림은 연 매출 2조원을 넘기며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

2022년 1월 사조그룹은 주 당시 식품총괄본부장을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시켰다. 2020년 상반기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사장을 건너뛰고 바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사조그룹은 “성공적인 사업 재편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했고, 신제품 개발과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공로를 인정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주 부회장은 M&A에 전면에 설 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으며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조그룹 지배구조는 주 부회장이 중심에선 사조시스템즈에서 시작해 사조산업, 사조대림, 사조오양 순으로 이어진다. 주 부회장은 지난달 실질적인 사조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시스템즈 지분 50.01%를 확보했다. 같은 기간 주진우 회장 지분은 17.9%에서 7.68%로 10.22% 줄었다.

한 지배구조 분석 전문가는 “주 부회장이 아버지 주진우 회장 지분을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