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하고 짭조름한 감자튀김(프렌치프라이)은 햄버거의 단짝 메뉴다.
그런데 국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와 함께 감자튀김을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을 겪던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20일 “예기치 못한 공급망 내 이슈로 인해 일시적으로 감자튀김을 제공해 드릴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4일이 지난 24일 한국맥도날드는 “이번 주부터 프렌치프라이 판매를 단계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역별로 판매 재개 시점은 다르다. 한국맥도날드는 이날 정확한 판매 재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가 감자튀김 판매를 일시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8월과 2022년 2월 한국맥도날드는 팬데믹 기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을 이유로 감자튀김 판매를 몇 주씩 중단했다.
국내 외식업체가 사용하는 냉동감자는 대부분 외국산이다.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과 종자 차이를 이유로 감자튀김용 냉동감자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국내 주요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하는 감자튀김은 주로 미국에서 냉동 상태로 수입한다.
이 때문에 당시 한국맥도날드뿐 아니라 롯데리아, 버거킹 같은 국내 주요 패스트푸드점이 줄줄이 감자튀김 부족 사태를 겪었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다른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감자튀김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상황이다.
미국 본토 맥도날드는 물론, 우리와 가까운 일본 맥도날드 역시 정상적으로 감자튀김을 팔고 있다. 오로지 한국맥도날드만 곤란한 처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이전 감자튀김 부족 사태 때는 물류 대란에다 미국 주요 감자 생산지의 흉작이 겹쳐 절대적인 감자 양이 줄었다”며 “올해는 미국 감자 농사가 풍작이라 전반적으로 공급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는 미국산 냉동 감자 품질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일부 냉동 감자가 기준 미달이 우려돼 선제적으로 제품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기준에 미달했는지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냉동 감자가 품질에 미달하는 사례는 주로 세균 감염과 관련이 있다.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냉동 감자 가공식품 대부분은 대장균군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지방 산패도를 나타내는 산가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도 종종 적발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냉동감자는 한번 튀긴 다음 얼려서 수출하기 때문에 식품 자체가 상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여름철 통관 과정상 컨테이너에서 보세창고를 지나는 과정에서 상온 해동되다 보면 대장균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특정 브랜드에 의존하는 맥도날드의 정책이 이번 감자튀김 부족 사태를 빚었다고 분석했다.
한국맥도날드는 미국 거대 감자 전문 가공기업 램웨스턴(Lamb Weston)과 파트너를 맺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최대 감자 산지 아이다호에서 전 세계 맥도날드로 러셋 버뱅크 종(種) 냉동감자를 공급한다.
반면 다른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미국과 유럽, 중국 같은 여러 지역에 파트너사를 두고 감자튀김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롯데리아는 물류 대란 이후 미국뿐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다양한 거래처를 개척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해상운임과 항공운임이 동시에 오르면 한국맥도날드가 냉동감자 같은 저렴한 품목을 조금씩,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은 맥도날드 매장 수가 3000여개 가까이 되고, 국내 롯데리아 수도 1300여개 수준이라 규모의 경제에 따른 감자 공급처 다변화가 가능하다”며 “한국맥도날드는 전체 매장이 400개가 되지 않고, 본사 차원 글로벌 스탠다드(세계시장에서 통용하는 기준) 규범 때문에 자의적으로 감자 공급처를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