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열리는 프랑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주류업계가 ‘마셔도 취하지 않는’ 무알코올 맥주 마케팅 경쟁에 한창이다.

AB인베브가 이번 2024 파리올림픽에 출시한 무알코올 맥주 '코로나 세로'. 뚜껑에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가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류 업체들은 오는 7월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무알코올 맥주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알코올 맥주 판매액은 올해 6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알코올 맥주 판매액은 2016년 처음으로 100억원대를 돌파한 후 2020년 236억원, 2023년 59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오비맥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파트너 맥주인 ‘카스’를 앞세워 파리올림픽 마케팅을 시작했다. 무알코올 ‘카스 0.0′에 공식 파트너사라는 문구를 추가한 특별판 제품을 선보였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는 다른 주종에 비해 스포츠 경기 관람에 어울린다”며 “무알코올 맥주는 일반 맥주보다 접근성이 더 좋다는 생각에서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 최대 맥주 회사 AB인베브의 무알코올 맥주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AB인베브는 오비맥주의 모회사다. AB인베브도 무알코올 맥주인 ‘코로나 세로(cero)’를 앞세워 올림픽 특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회사가 올림픽 후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무알코올 맥주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322억2000만달러(약 44조2300억원)다. 오는 2027년까지 463억8000만달러(약 63조68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000080)는 무알코올 ‘하이트제로 0.00′으로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있다. 하이트제로 0.00은 2012년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무알코올 맥주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무알코올 맥주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점유율 32.1%, 판매액 기준 점유율 28%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진 않았으나, 올림픽 특별판 제품 출시나 다양한 맛을 첨가한 무알코올 맥주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맥주 신제품 ‘크러시’ 홍보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다만 무알코올 맥주 제품에 대한 광고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무알코올 맥주 경쟁이 올림픽을 앞두고 치열해진 건 이달부터 적용된 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전국 일반음식점에서도 무알코올 음료를 판매할 수 있게 된 영향이 있다.

아울러 미래 주 고객층이 될 MZ세대(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의식적으로 술을 멀리하는 것)’ 문화가 자리 잡았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MZ세대들이 술을 마시는 분위기까지 싫어하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본인들의 계획이 술 탓에 틀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알코올 맥주를 즐긴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퍼진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것)’ 트렌드의 영향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은 칼로리나 알코올 도수 등을 꼼꼼히 살피는 사람이 많다”며 “건강도 챙기면서 술자리도 즐겨야 하니 무알코올 맥주를 선호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