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서 소비자 요청에 따라 정식 출시되거나 부활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 사업에 직접 관여하는 ‘팬슈머(fan+consumer)’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삼양식품(003230)이 까르보 불닭볶음면 인기로 최근 미국과 중국에서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에 삼양식품 주가는 지난 14일 64만8000원을 기록, 52주 신고가를 찍었다. 주가는 올초와 비교해 약 181% 폭등했다.

삼양식품이 2017년 말 출시한 ‘까르보 불닭볶음면’ ./삼양식품 제공

성공의 주역인 까르보 불닭볶음면은 2017년 불닭 브랜드 누적 판매 10억개를 기념해 판매한 3개월 기간 한정 제품이었다. 하지만 출시 직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 한 달 만에 판매수량 1100만 개를 돌파하고 총 360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 이에 판매 종료를 앞두고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정식 제품으로 출시해달라는 소비자 요청이 빗발쳤다.

삼양식품은 2018년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정식으로 시장에 내놨고, 2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 1억개를 돌파, 미국에서 품귀현상을 빚는 등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후엔 불닭소스를 한정 출시하고 인기를 끌자 상시 판매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이같이 본인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기업에 요구해 제품 출시 등에 관여하는 소비자를 팬슈머라고 부른다. 팬슈머는 팬(Fan)과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말이다. 이들 요청으로 단종 제품이 부활하기도 한다. 삼양식품이 작년에 부활시킨 불닭볶음탕면이 그 사례 중 하나다.

오리온도 최근 포카칩 스윗치즈맛을 재출시했다. 2014년에 처음 나온 스윗치즈맛은 2016년 제품 라인업을 재정비하면서 판매 중지됐다. 이후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고객센터 등으로 소비자 재출시 요청이 쇄도했고, 이에 오리온은 제품을 재출시했다. 최근엔 단종됐던 마켓오 말차 브라우니도 재출시했다.

롯데리아도 최근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 4종 한정 판매를 시작했다. 2004년 첫 출시된 오징어 버거는 지역마다 다른 소비량 차이로 2017년에 단종됐다. 2년 후 롯데리아는 ‘다시 맛보고 싶은 레전드버거’ 투표를 진행, 오징어 버거가 투표율 45%로 1대 레전드 버거로 등록되면서 한정 판매로 출시됐다. 이에 롯데리아는 오징어 버거를 거듭 재출시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팬슈머 관련 보고서에서 “과거에는 팬덤문화가 연예인, 운동 선수 등을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최근엔 기업, 브랜드, 제품 등으로 다양하게 확산되면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까르보 불닭볶음면은 한정 판매로 기획된 제품이나 상시 판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정식 판매로 전환된건데 뜻밖의 대박이 났다”라며 “판매를 결정하는데 소비자의 반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