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 백화점 건물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통유리창. 흰 석재로 꾸며진 내부에 백 개가 넘는 조명으로 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실내. 각자 자리에 앉아 라면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과 은은히 퍼져있는 라면 냄새. 언뜻 보면 최근 늘어나는 무인 라면 판매점이나 카페의 모습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곳은 농심(004370)이 운영하는 PC방. 레드포스PC아레나 매장의 모습이다.

지난 3일 찾은 경기 부천 레드포스PC아레나 부천시청점에는 평일 오후 시간이었음에도 서른 석이 넘는 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레드포스PC아레나를 운영하는 농심이(e)스포츠의 이동웅 파트장은 “PC방은 24시간 운영되는 만큼 평균 가동률이 30~40% 정도면 높은 축에 속하는데, 저희 매장 대부분은 현재까진 그 정도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저녁이나 주말에는 튕겨 나는(자리가 없어 이용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지난 3일 경기 부천 레드포스PC아레나 부천시청점의 모습. /양범수 기자

이 파트장은 레드포스PC아레나가 그러한 가동률을 보일 수 있는 특장점으로 ‘농심 시그니처 메뉴’를 꼽았다. 레드포스PC아레나는 농심에서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니 스낵과 라면은 농심의 제품만 취급한다. 농심의 제품을 활용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농심이스포츠는 농심의 공식 레시피 가이드인 누들푸들을 기반으로 신라면과 짜파게티 등 농심의 대표 제품 조리법에 변주를 준 메뉴를 만들어 레드포스PC아레나에서 판매하고 있다.

메뉴 이름도 농심이스포츠가 운영하는 프로 게임단 소속 선수들의 닉네임을 따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인 실비(이승복 프로게이머의 닉네임)의 신파게티는 신라면과 짜파게티를 섞어 만든 메뉴이고, 피터팬더(The)곰탕은 사리곰탕 제품에 우삼겹을 넣어 만든 메뉴다. 정윤수 선수의 닉네임인 피터가 이름에 쓰였다. 이 밖에도 카구리를 활용한 지우(정지우 선수), 카쿠리 넌 내꺼야, 김통깨와 주먹밥을 활용한 든든(박근우 선수)한 라면국밥 등도 판매되고 있다.

이 파트장은 “메뉴는 담당팀이 다양한 외부 유통업체와 협업해 개발하고 있다”면서 “인기가 많은 스테디셀러 제품을 활용한 메뉴를 기본으로 갖추고, 소비자들에게 조명받지 못하는 제품들을 맛있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개발된 메뉴는 직영점에서 사전 시험을 거쳐 전 매장으로 확대해 판매된다.

지난 3일 경기 부천 레드포스PC아레나 부천시청점에서 판매하는 농심 시그니처 메뉴 모습. 왼쪽부터 피터팬더곰탕, 레드포스마요신볶음면, 마라신라면. /양범수 기자

그는 레드포스PC아레나의 다른 장점으로 인테리어와 PC 성능을 꼽았다. 레드포스PC아레나는 PC방이기는 하지만 농심의 브랜드 홍보관의 역할도 한다. 이날 찾은 레드포스PC아레나 부천시청점 역시 한 벽면에 농심 제품을 박물관처럼 진열해 두었고, 벽마다 있는 모니터와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기둥 등으로 농심의 광고 영상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이 파트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아야 하기에 밝고 쾌적한 인테리어를 시도해 운영하고 있고, PC 성능 역시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편”이라고 했다.

이날 매장에 재방문했다는 정석주(28)씨는 “농심에서 운영하고 있어 환경 등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느껴져서 다시 찾게 됐다”면서 “농심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이모(25)씨는 “농심이 운영하는 PC방인 것을 알고 있다”며 “PC 사양이 좋아서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 판매처 넘어 팝업 스토어 같은 브랜드 체험관

지난 3일 경기 부천 레드포스PC아레나 부천시청점의 모습. /양범수 기자

레드포스PC아레나는 이런 장점들을 바탕으로 빠르게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초 첫 매장을 연 이후 1년 만에 30개 매장을 열었다. 올해 안에 60개 2025년 상반기까지 100개 점포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레드포스PC아레나를 단순히 제품 판매를 위한 점포를 넘어 팝업스토어와 같이 소비자들의 브랜드 경험 확대를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국의 레드포스PC아레나에는 평일 기준 평균 1만1000여 명이 방문하고, 주말에는 5만 명이 찾는다. 이들 대부분은 20~30대 젊은 남성인데, 농심은 미래 고객 확보라는 차원에서도 이들을 상대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당장, 이달 중순에는 서울 은평구에 탄산음료 브랜드 웰치를 콘셉트로 한 레드포스PC아레나 웰치(가칭)도 열 예정이다.

또, 레드포스PC아레나가 적자인 게임단 운영사의 수익 사업을 목표로 시작했던 만큼 수익화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레드포스PC아레나는 별도의 가맹 비용 없이 오프라인 광고 플랫폼을 콘셉트로 수익을 얻고 있다. 가맹비 대신 매장 내 벽면이나 각 PC 모니터 등을 옥외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해 광고 매출을 내고 해당 수익을 점주와 나눠 갖는다. 매장 설립 초기 컨설팅이나 인테리어 등의 비용도 주요한 수익 일환이다.

이 파트장은 “PC방 사업이 아직까지는 적자를 보고 있으나, 올해 출점 목표인 60개 점포를 달성하면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과도한 수익화보다는 경영주와의 상생 구조를 확립해 브랜드 이미지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레드포스PC아레나는 프로 게임단 레드포스를 운영하는 농심의 자회사 농심이스포츠가 운영하는 PC방 가맹 브랜드다. 농심이스포츠는 농심이 젊은 세대를 상대로 라면과 스낵 등의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 2020년 135억원을 들여 게임단을 인수하면서 설립됐다. 농심이 90.3%의 지분을 갖고 있는 농심의 계열회사로 지난해 20억원의 매출과 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3일 경기 부천 레드포스PC아레나 부천시청점의 모습. /양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