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주연(主演)은 술일까 음식일까. 술을 마실 때 안주를 찾듯, 음식에도 그에 맞는 반주가 필요하다.
음식에 맞는 술을 골라야 하는지, 혹은 술에 맞춰 음식을 차려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제각각이다. 와인을 식사 때마다 즐기는 프랑스에서도 이 난제에 대한 대답은 엇갈린다.
프랑스에서는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마리아주(Mariage)라 부른다. 결혼을 뜻하는 프랑스어 단어다. 음식에 꼭 맞는 와인을 고르는 일은 결혼처럼 심사숙고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대다수 소비자는 붉은 고기가 들어간 요리에는 레드 와인을, 생선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을 고르라고 알고 있다.
이 말이 항상 맞진 않는다. 요즘에는 조리법이 다양해지고, 이국적인 향신료와 소스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레스토랑이 늘어났다. 안이하게 접근하면 도리어 음식과 술이 맞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만약 그날 마신 와인이 그날 먹는 음식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 식사는 와인과 음식의 불행한 결혼으로 기억할 가능성이 크다. 모처럼 마음먹고 큰돈을 주고 산 와인일지라도 그저 본전 생각만 나기 쉽다.
조화를 포기하고 아무 와인이나 고르기도 어렵다. 존재감이 미미한 와인을 고르면 저녁자리에 힘이 빠진다.
일본이 낳은 세계 최고 소믈리에이자 동양인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소믈리에협회장 자리에 올랐던 신야 타사키(田崎 真也)는 “요리와 와인 궁합에서 키 포인트는 향기”라고 비법을 밝혔다.
와인은 기본적으로 향을 중심으로 즐기는 음료다. 와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주된 향은 기본적으로 과일에서 나온다. 그 과일 향과 저녁자리 메인 요리가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면 저렴한 와인이라도 마리아주만큼은 돋보이는 특별한 만찬이 될 수 있다.
라 바흐쥬몬느 퀴베 컬렉션 로제는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미식 고장 프로방스에서 만드는 와인이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는 라벤더 밭과 휴가지로 유명한 해변이 즐비하다. 풍부한 해산물과 향기로운 허브가 고급 조리 기술과 맞물려 그만큼 독특하고 심도있는 음식 문화가 발전했다.
전 세계에서 로제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나라는 프랑스다. 지중해 연안 프로방스는 프랑스에서도 가장 명망높은 로제 와인 생산지다.
프랑스 내 로제 와인 최대 산지일 뿐 아니라, 우아하고 포용력 있는 로제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로제는 레드 와인보다 열등한 포도로 만든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프로방스 로제 와인은 그렇지 않다. 이 지역 와인 총 생산량 가운데 3분의 2가 로제 와인이고, 가장 좋은 포도를 엄선해 로제 와인을 만든다.
미식을 즐기는 프랑스인들 역시 로제 와인을 반긴다.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고 음식이 가진 본연의 맛을 잘 살리기 때문이다. 이 지역 와이너리들 역시 이런 취향을 감안해 대체로 양조 단계부터 지역 음식에 곁들이기 좋게 섬세한 와인을 맞춤으로 만든다.
라 바흐쥬몬느 퀴베 컬렉션 로제는 옅은 오렌지색에 분홍이 살짝 섞인 모란빛 와인이다. 로제 와인이 대부분 가볍고 상큼한 맛을 내세우지만, 이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라는 남성적인 포도 품종을 주도적으로 사용해 깊이감을 강조했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이 가진 특성을 모두 갖춘 덕에 여러 음식과 폭 넓게 어울린다. 샐러드부터 가벼운 파스타, 피자, 생선구이 요리와 해산물찜 요리, 각종 고기 요리와 심지어 초콜릿 디저트까지 거의 모든 음식과 어울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초여름철 구운 고기와 시원한 청량감을 즐기기에 좋다.
이 와인은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 로제 와인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에 수여하는 베스트 오브 2024을 받았다. 수입사는 비노파라다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