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3조원이 넘는 ‘3조클럽’ 가입 대형 식품기업들이 올해 1분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보통 식품 산업은 내수 비중이 큰 사업으로 여겨진다. 식품업계를 이끄는 이들 기업은 대체로 해외 사업에서 선전하면서 국내 식품 단가 인상 압박과 물가 안정 요구를 이겨냈다.

17일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올해 실적을 발표한 주요 식품기업을 살펴보면 ‘맏형’ CJ제일제당(097950)은 자회사 CJ대한통운을 제외한 1분기 연결기준 실적에서 매출 4조4442억원, 영업이익 26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0.8% 남짓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77.5% 증가해 2670억원으로 불었다. 비용과 법인세를 반영한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743% 증가했다. 식품 사업 매출 2조8315억원 가운데 해외 식품 매출이 절반에 가까운 1조3752억원에 달했다. K-푸드(한국식품) 수출 증가가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올해 북미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비비고 만두’는 2위 브랜드와 점유율 차이를 3배로 벌렸다. 2019년 인수한 미국 브랜드 슈완스 역시 대표 피자 브랜드 레드바론(Red Baron)도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북미권에서 쌀 가공품 수요가 건강식 열풍과 함께 늘면서 냉동밥 매출도 23%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에서 갤러리와 대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비비고 제품을 알리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롯데웰푸드(280360)는 1분기 매출 9510억원, 영업이익 3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100.6% 급증했다.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인도와 카자흐스탄 사업이 성과를 낸 덕분에 해외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3.3%, 60.9% 증가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해외에서 몸집을 불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인도에서 이전 해보다 8.8% 증가한 2690억원을 거둬들였다. 올해는 인도 기존 공장에 건과(과자류)와 초코파이 세 번째 라인을 증설하고, 인도 중부 푸네에 빙과류 전문 새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올해 국내에서 수익성 개선, 해외에서는 외형 확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인수합병(M&A)을 통해 북미나 서유럽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실적을 발표한 오뚜기(007310) 역시 국내 간편식 매출과 해외 라면 수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달성했다.

오뚜기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7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 증가한 수치다. 오뚜기 관계자는 “해외 매출이 약 15% 성장하며 전체적인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가 300억원을 투자한 인도 첸나이 초코파이 제3라인. /롯데웰푸드 제공

동원F&B(049770)는 1분기 매출 1조1190억원, 영업이익 49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3.5%, 14.8% 늘었다. 대상(001680)은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77억원으로 91.5% 증가했다. 매출은 1조445억원으로 5.5% 늘었다. 그중에 글로벌 식품 부문 매출은 20%가량 불어났다. 대상은 김치 전문 브랜드 종가집 김치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식품 제조사들도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가 제공하는 전문가 전망치에 따르면 해외에서 불닭 볶음면 열풍을 일으킨 삼양식품은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322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1.4%, 영업이익 전망치는 417억원으로 같은 기간 74.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매출액이 8000억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달했다. 글로벌 두부업계 1위 풀무원 역시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6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4.6%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주요 식품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K푸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원화 대비 달러화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약세)한 덕을 봤다고 평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인건비와 물류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제반 비용이 올랐지만, 주요 식품기업들이 해외 현지에서 생산 거점을 구축하거나 주변국까지 개척해 이전보다 나은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이어 “다만 올해 해외 주요 식품 원재료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르고 있어 재고가 떨어지는 하반기부터 수출 물량 관리를 면밀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