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고심이 커지고 있다. 이상기후로 커피 원재료 원두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원두 가격이 매달 고공행진을 거듭한 탓이다.

원재료 가격 변동에 민감한 일부 저가(低價)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이미 가격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커피 원두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도 연쇄적으로 가격 인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5일 관련 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일 한은이 발표한 4월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서 커피 원두 수입 물가는 전달 대비 14.6% 상승했다. 한 달 만에 커피 원두 수입가가 15% 올랐다는 뜻이다.

커피 원두 가격은 중동 불안에 흔들린 원유(8.9%), 재고 불안을 겪는 수입 쇠고기(6.2%)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랐다. 일 년 전에 비하면 46.7% 상승했다.

커피 원두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이다. 조건이 맞는 특정 지역에서만 자란다. 인스턴트 커피나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섞어 쓰는 로부스타종(種) 커피는 전 세계 생산량 3분의 1이 베트남에서 나온다. 상대적으로 고가에 팔리는 아라비카종 커피는 브라질이 전 세계 생산량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베트남과 브라질 주요 커피 재배지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엘니뇨(적도 부근에서 수온이 급격히 오르는 현상) 여파로 고온과 가뭄이 이어지는 중이다.

그래픽=손민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일대에서 커피 수요는 매년 늘고 있다. 브라질 커피수출협회(CECAFE)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對)중국 커피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배 증가했다. 미국(37% 증가)이나 일본(87% 증가)을 앞질렀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치솟자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ICE)에서 로부스타 커피 선물 거래 가격은 지난달 톤(t)당 4000달러를 넘어섰다. ICE에서 원두를 거래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치다.

로부스타 커피 선물은 전 세계 커피 원두 거래가 기준점 역할을 한다. 로부스타 선물 가격은 2020년 이후 4배 이상 올랐다. 아라비카 가격 역시 1년 사이 15% 넘게 뛰었다.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베트남 현지 농부와 중개인들은 날씨 예측이 어려워지고, 기후 변동이 심해지자 지난해부터 커피 원두 공급 계약을 지키지 않은 채 물량을 비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주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는 아라비카 원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로부스타 원두 비중을 늘려 박리다매 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

아라비카 원두를 주로 사용하는 고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아직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았다. 이들은 글로벌 체인 차원에서 아라비카 원두를 대량으로 거래하는 방식으로 원가 인상분을 방어한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가격을 인상했다. 전국에 1000여 개 매장을 가진 더벤티 커피는 지난달 음료 가격을 최대 500원 올렸다. 전국 5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더리터 커피 역시 음료 가격을 평균 400원 정도 상향 조정했다.

커피 업계는 원두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메가커피나 컴포즈 커피 역시 가격 인상 행렬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한국바리스타협회 관계자는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판매 가격 조정은 온전히 본사 결정”이라며 “원두 가격이 계속 오르면 일단 본사가 가맹점에 원두 납품가를 올린 다음, 경쟁 프랜차이즈 움직임을 보고 나서 소비자 판매가를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