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탕후루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거의 없어요. 예전엔 오픈 전부터 줄 서는 손님들도 있었고, 한 시간에 80~90꼬치씩 팔 정도였죠.”
지난 10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탕후루 매장. 가게 앞은 한산했다. 간간히 주변 관광지를 찾는 손님들이 들르긴 했지만, 한 시간 동안 팔린 꼬치 수는 5개에 불과했다. 매장 점주인 최 모(42)씨는 “지금은 너무 한산해서 혼자 장사해도 될 정도”라고 했다. 최씨는 한때 아르바이트생을 3명 뒀다고 했다.
소위 ‘식후탕(밥 먹고 탕후루)’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높았던 탕후루의 인기가 시들하다. 탕후루는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먹는 중국 간식이다. 초·중·고교생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프랜차이즈 매장도 우후죽순 생겼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정보에 따르면 영업표지에 탕후루를 내건 프랜차이즈는 17곳이다. 지난해에만 8곳이 새로 등록했다.
하지만 최근 탕후루 열풍이 시들해지자 점주들은 폐업을 고심한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탕후루 매장 폐업 신고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탕후루 매장은 72곳이었다. 올해는 5월 초까지 76곳이 폐업했다. 이미 작년 전체 폐점 수를 넘어섰다.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입구 역 근처에 위치했던 유명 탕후루 매장에는 카페가 들어서 있었다. 해당 매장은 두 달 전인 3월에 폐업 신고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엔 탕후루 매장을 급매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역세권, 초·중·고·대학교 상권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매장도 수십 곳이었다. 한 자영업자는 “탕후루 유행이 이렇게 금방 끝날 줄 몰랐다. ‘9개월 천하’였다”라며 “권리금이라도 챙기는 쪽으로 가게를 내놨는데 이제는 포기했다. 가게가 나가기만 하면 다행”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재료인 과일 가격까지 오르자, 탕후루 매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탕후루 가격은 3000~4000원대다. 원재료인 과일 가격이 20%가량 올랐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딸기는 한 알에 300원에서 500원까지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과일이 아무리 금값이라고 해도 애들 간식이라는 생각에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모든 원재료 가격이 오른 상태라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과일로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탕후루가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탕후루 인기를 시들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딸과 함께 매장을 찾은 강지영(38)씨는 “아이가 딸기 탕후루를 좋아해서 자주 먹었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두 번만 먹는다”며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잘 찾지 않게 됐다. 소아 당뇨는 성인 당뇨보다 더 무섭지 않나”라고 했다.
더워지는 날씨 탓도 있다. 20대 직장인 홍 모씨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탕후루 겉에 묻은 설탕이 녹더라. 특유의 끈적거리는 느낌도 싫고, 술도 제로 슈거로 마시는데 탕후루로 설탕을 굳이 섭취해야 하나 싶었다”며 “전엔 매장 앞에서 기다리면서 먹었지만 지금은 굳이 찾아 먹진 않는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탕후루 열풍을 선도했던 젊은 세대의 음식 트렌드가 바뀐 사실도 탕후루 인기가 시들해진 요인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탕후루 주 고객층이었던 1020세대들이 최근 요거트(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즐긴다”며 “릴스나 유튜브 숏츠에도 탕후루보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먹방이 더 많이 나온다. 트렌드에서 탕후루가 밀린 것”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여름용 디저트로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탕후루 열풍이 끝난 것”이라며 “유행에 따른 과잉 공급으로 과열된 탕후루 업계가 정리 수순에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